[LG그룹 4세경영 시작]구본준 부회장 이끌고, 구광모 역할 확대 수순

- 구본무 회장 회장직 오르기까지 20년 소요
- 구광모 체제 안착까지 숙부 구본준 부회장 도울듯
- 전문경영인 6인 중심 보좌 체제 가능성
- 지분승계는 무난…세금이 걸림돌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LG그룹이 4세 경영 시대에 돌입했다.

구본무(73) LG그룹 회장의 건강 악화로 장남 구광모(40) LG전자 상무가 다음달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게 되면서 4세 경영 승계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포스트 구본무 체제’는 이미 정착된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으로 그룹 경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승계작업을 빠르게 가져가는 구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다만 구광모 상무가 그룹내 자리를 확실히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숙부인 구본준(67) ㈜LG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면서 구 상무가 그룹 경영 참여의 폭을 넓히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왼쪽부터)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상무

▶한시적 ‘구본준-구광모 체제’= LG그룹의 세대교체는 23년 만이다.

창업주인 구인회(1대) 선대 회장은 1970년 장남인 구자경(2대) LG그룹 명예회장에 럭키금성 회장직을 물려줬다.

25년 뒤인 1995년 구자경(3대) 명예회장은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 회장직을 넘겼다.

집안 전통인 장자승계의 원칙에 따라 와병 중인 구본무 회장은 올해 장남인 구광모(4대) 상무에게 4세 경영승계를 공식화하고 있다. 슬하에 아들이 없던 구본무 회장은 2004년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입적시켰다.

LG그룹의 4세 경영 승계에 대해 재계에서는 구 상무의 ㈜LG 사내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승진과 역할 확대 등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구 상무가 충분한 경험을 쌓을 때까지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면서 경영 승계의 안착을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해 구본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 사실상 그룹 경영을 맡아오고 있다. 구 부회장은 1987년 금성사로 입사해 LG화학,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LG필립스LCD(LG디스플레이), LG상사, LG전자 등 그룹 내 주요 기업을 두루 거쳤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경 명예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18년간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았고, 구본무 회장 역시 20년을 걸쳐 착실히 밟아 올라갔다”며 “구 상무는 LG에 입사한지 12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광모 체제가 갖춰지면 구본준 부회장은 ‘장자승계ㆍ형제퇴진’의 전통에 따라 계열 분리 등 별도 경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의 새로운 경영체제는 그동안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제가 잘 작동해 왔기 때문에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이 보좌하는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 명단에 올라 있는 하현회 ㈜LG 부회장을 비롯,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6인체제로 구성될 공산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경영진에게 자율권을 주고 성공에는 보상을, 실패에는 책임을 묻는, 업적으로 평가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닌 개방적인 시스템”이라며 “경영승계 과정으로 그룹내 변화는 있겠지만 전문경영인들의 보좌로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분승계 무난…상속이 관건= 4세 경영시대를 연 구 상무는 구본무 회장이 키워놓은 ‘글로벌 LG’ 위상을 유지하면서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할 책임을 부여받았다.

구 상무는 현재 LG전자의 ID사업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성장분야인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 중국 등을 누비며 글로벌 현장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보여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미 지주회사체제가 갖춰져 있어 구 상무로의 승계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상무의 ㈜LG 지분율은 6.24%로, 구본무 회장(11.28%),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어 3대 주주다.

구 상무의 어머니인 김영식 씨의 ㈜LG 지분 4.20%와 친부인 구본능 회장의 3.45%를 상속받으면 구 상무의 지분은 최대 25.17%가 가능해 ㈜LG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LG는 2003년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했다. 구 상무가 ㈜LG의 최대주주에 올라서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증여 및 상속세는 부담이다. 증여나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일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은 50%(할증시 65%)다.

구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는데만 상속세가 7000억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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