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4세경영 시작] ‘확고한 원칙대로’…LG家 대이은 아름다운 승계전통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다음달 29일 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LG그룹의 4세 경영 시대가 막을 연다.

구 상무가 내달 사내이사에 선임되면 (주)LG의 이사회는 구 회장, 구 상무, 하현회 부회장 등 3인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 등 모두 7명의 이사진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체제로 바뀐다.

지난 2012년 4월 LG그룹 오너 가족들이 구자경 명예회장의 미수(米壽ㆍ88세)연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있다. 앞줄 왼쪽에서부터 구본무 LG회장 부부, 구 명예회장, 구 회장의 장녀 연경씨. 뒷줄 왼쪽부터 구본준 부회장 부부, 구광모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부부. [제공=LG그룹]

LG그룹의 승계 작업에는 이번에도 이변이 없었다. 장자승계 원칙이 어김 없이 지켜졌다.

LG오너가(家)는 ‘장자가 가업을 승계하고, 일단 승계가 시작되면 선대의 형제는 모두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확고한 승계 원칙에 따라 LG그룹은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지 않고 무난하게 승계 작업을 마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LG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것은 23년 만이다. 지난 1995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경영권을 장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넘긴 바 있다.

당시에도 장자승계와 형제 퇴진의 원칙에 따라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그룹 내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은 구 명예회장과 함께 LG그룹 및 계열사 경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앞서 LG는 지난 1969년 작고한 고 구인회 창업주에 이어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93)이 그룹 경영을 맡은 바 있다. 이 때에도 구인회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키고 LIG그룹을 만들었으며, 여섯 형제 중 넷째부터 막내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는 2003년 계열분리해 LS그룹을 세웠다.

장자승계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슬하에 아들이 없던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입적하기도 했다.

와병 중이던 구 회장을 대신해 지난해부터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맡아오면서 아직 나이가 어린 구 상무를 대신해 당분간 구 부회장 체제로 그룹 경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을 계기로 장자 승계 원칙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다.

구 상무의 4세 경영이 본격화함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에서는 당분간 구 부회장이 구 상무 체제의 안착을 위해 힘을 보탤 것으로 점친다. 궁극적으로는 장자 승계가 결정된 만큼 형제들이 독립해 별도의 영역을 개척하는 LG의 전통을 따라 구 부회장도 시간을 두고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부회장이 LG그룹 내 일부 계열사나 사업 부문을 인수해 독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 부회장이 보유한 (주)LG 지분을 일부 계열사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독립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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