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父子, 진에어 ‘무단 경영’… 직함 없이 서류 결재

대표이사 취임 전 75건 서류 결재
공정위에 ‘일감 몰아주기’ 조사 의뢰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진에어에서 아무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을 때에도 내부 사업 서류를 무단 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는 조 회장 부자가 공식 직함이 없는 상태에서 진에어 내부 서류 75건을 결재한 것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서류는 2012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6년간 작성된 것으로, 조현민 전 진에어 전무가 마케팅 담당 부서에서 수행한 업무에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서류 결재 칸에는 조 회장의 결재 자리가 있었고, 실제 75건의 결재 확인 표기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은 올해 3월 23일에야 진에어 대표이사로 취임했기 때문에, 진에어에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었다. 대표이사가 되기 전부터 회사의 주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진=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 역시 같은 기간 진에어에 직책을 가졌다가 내놓기를 반복했는데, 직책이 없는 기간에도 결재 서류를 확인했고, 일부 사안은 진에어 대표이사가 조 사장과 협의를 거친 흔적도 발견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런 형태는 비정상적인 회사 운영으로, 진에어에 공식적인 권한이 없는 사람이 서류를 결재한 것은 그룹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 회장 부자가 진에어를 불법적으로 지배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이 이를 통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조현민 전 진에어 전무가 외국인 신분이면서 과거 등기이사로 등록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에어의 서류를 분석하던 중 이같은 ‘무단 경영’ 행태를 확인했다.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음에도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미국인인 조 전 전무가 2010∼2016년 진에어 등기임원을 지낸 사실이 드러나 이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다만 조 전 전무에 관한 문제는 현재 진에어 면허 취소 등 처분을 검토하기 위한 법률 자문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등록에 따른 행정처분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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