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공세’가 발목…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보완ㆍ개선 재추진”

- 모비스ㆍ글로비스 주총 취소…보완후 재추진키로 결정

- 정의선 부회장 “시장 고언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 반영”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현대차그룹이 21일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ㆍ개선키로 한 배경에는 시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분위기다. 정부 당국과 교감을 이루며 시작된 지배구조 개편안이 외국 투기자본의 공세에 좌초된 셈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ㆍ개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사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된다.

이와 관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구조개편 안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자료를 통해 “그 동안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정 부회장은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 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 환원 정책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 환원으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ㆍ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정성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28일 현대모비스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업구조 및 출자구조 재편이 되면 공정위가 요구하는 것을 충족할 것”이라고 언급한 직후 공정위가 “현대차 기업집단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화답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비롯해 세계 1,2위인 의결권자문사 ISS와 글라스루이스의 잇딴 반대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설상가상 지배구조원도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분할의 목적은 그 타당성이 인정되지만 해외 사업부문을 제외한 분할 방법은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분할합병이 필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그린 전체적인 그림은 좋았지만 세부 전략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지배회사 체제를 택하며 금산분리 요건을 피했지만, 분할합병 후 시너지 효과 성장 전략에 대한 시장과의 충분한 교감 등을 이루지 못하며 이같은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중론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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