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동력 식었다. 증가율 1위→8위

한국 수출 증감 표

지난해 세계 평균을 앞질렀던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올해 들어 둔화하고 있다.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았던 수출 증가율도 1위 자리를 내줬다.20일 연합뉴스가 세계무역기구(WTO) ‘월간 상품수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천454억2천7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다.

수출 규모가 가장 큰 10대 수출국 중 여덟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10대 수출국 중 프랑스(20.2%), 벨기에(19.5%), 이탈리아(19.3%), 독일(18.8%), 네덜란드(18.6%), 중국(14.3%), 일본(10.2%)의 수출이 한국보다 빠르게 성장했다.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중국은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한 자릿수에서 올해 모두 두 자릿수로 늘었다.

한국 다음은 미국(7.9%)과 홍콩(4.9%)이다.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세계 교역의 약 90%를 차지하는 주요 71개국의 평균 증가율인 13.8%보다도 낮았다.수출 규모 순위도 작년 6위에서 올해 7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이런 통계는 비록 1분기에 한정됐지만, 작년의 상승세와 대비된다.

작년 한국의 연간 수출 증가율은 15.8%로 10대 수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주요 71개국의 수출 증가율인 10.0%보다도 크게 높았다.작년 1분기 수출 증가율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14.7%였다.또 연간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찍고 연간 무역액이 2014년 이후 3년 만에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수출이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산업부는 WTO 통계에서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유럽연합(EU) 주요국보다 낮은 이유가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라며 환율 효과 때문에 국가들의 수출 증가율을 직접 비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 중국, 일본은 달러로 수출해 달러 기준으로 비교가 가능하지만 유럽은 유로로 수출한다.산업부는 WTO가 유로 수출액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서 “올해 1분기 수출액과 증감률이 EU 국가 중심으로 과다하게 왜곡됐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독일 수출액이 원래 2위인 미국을 추월한 것도 환산 과정에서 발생한 착시효과라고 덧붙였다.

달러/유로 환율은 작년 1분기 1.064달러에서 올해 1분기 1.230달러로 15.6% 증가했다.산업부는 유럽연합통계청(유로스타트·Eurostat) 발표를 인용해 올해 EU 주요국의 유로 기준 수출 증가율은 3∼4% 수준이라고 설명했다.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주요국의 수출 증가율은 독일 3%, 네덜란드 3%, 프랑스 4%, 이탈리아 3%, 벨기에 3%다.

유로스타트는 유럽 지역 수출 통계만 발표해 WTO 통계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산업부는 올해 2월과 작년 몇 차례 WTO 통계를 인용해 2017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10대 수출국 중 1위라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수출 실적에 대해서는 WTO 통계를 인용한 적이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환율 환산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아서 WTO 통계를 인용했지만 올해에는 유로가 더 강세를 보여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산업부 설명대로 유럽을 비교에서 제외하더라도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중국, 일본보다 낮다.

올해 한국 수출은 1월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22.3%나 성장하며 시작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후 동력이 빠지는 모양새다.

산업부 자체 수출 통계를 보면 2월에는 조업일수 감소와 기저효과로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3월에도 한 자릿수인 6.1%를 기록했다. 4월 수출은 1.5%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4월 실적이 워낙 좋아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기저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반도체 편중,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등 다른 주력 산업의 부진,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지적하며 수출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인 10.1%도 나쁜 수치라고 볼 수 없다.2017년 수출 증가율은 2015∼2016년 수출이 2년 연속 하락한 탓에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측면이 있다.그렇지만 4월의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수출 둔화 폭이 커질 수도 있다.

산업부는 세계 제조업 경기 호조세가 수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보호무역과 원화 강세,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성 심화 등으로 향후 수출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산업부는 202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의 수출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내용의 신통상전략을 발표했다.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수출이 연평균 6.6% 증가해야 한다고 산업부는 분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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