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해서 숨겨두었던 ‘후아힌’…네가 ‘태국의 보석’ 이었구나

라마 왕실 별궁·최초 기차역·첫 골프장…
상류층만 찾던곳…고품격 상징물 즐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플런완’ 까지

국내여행사들 극소수 프로그램만 운영
때묻지 않은 순수함 가득 ‘색다른 매력’

적당히 매력적인 것은 자랑하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나만 아는 보석함에 간직하려 한다. 태국 상류층들만 알음알음 가면서 대놓고 자랑하지 않던 라마 왕조의 별장지 ‘후아힌(Huain)’이 바로 그런 곳이다.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200㎞ 떨어진 태국 동부해안 도시 후아힌은 라마 6, 7세 국왕이 1924년 부터 차례로 이곳에 여름 별장을 지으면서 태국 최초의 철도가 뚫린 곳이다. 같은 해, 이곳엔 태국 내 첫 골프장이 생겼다. 후대 왕들도 이곳에서 국정의 피로를 씻는다.

해안선은 후아힌의 북쪽 위성도시 아참의 소소피텔 예술 생태 친화적 해변, 도시 중심부 메리어트, 인터컨티넨탈의 서구형 휴양시설과 예쁜 삼각주 모래섬이 해변가에 도열한 도시형 백사장,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카오따끼얏 언덕으로 꾸며져 있다.

카오따끼얏 언덕에서 바라본 후아힌 정경, 남쪽 외곽에 있는 카오삼로이얏, 태국 최초 기차역인 후아힌역, 산토리니 테마파크 모습.(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북쪽 아참부터 카오따끼얏 언덕까지 해안선은 서쪽으로 날아가는 갈매기 형상이다. 남쪽으로는 태국 최고 청정바다를 자랑하는 코탈루섬의 방사빤시(市), 몽환적인 분위기의 산악동굴과 사원이 있는 쿠이부리시를 끼고 후아힌이 거점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청소년 자녀가 보기에 민망한 환락가가 없고, 그 대신 예술인촌과 전통공예 시장, 거리공연과 버스킹이 있어 좋다.

한국인들이 이곳을 가만히 놔둘 리 없다. 하나투어 등 극소수 여행사 만 운영하는 패키지와 세미팩, 웨딩스페셜 프로그램, 자유여행을 통해 2030세대 연인, 여우(女友), 젊은가족들, 모녀여행객들이 개척에 나섰다.

후아힌의 상징은 96년 된 후아힌역이다. 지금도 방콕으로 왕복하는 열차가 하루에 10여편 운행된다. 궁전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주홍색 계통의 왕실 전용 대합실과 좀 더 큰 일반인 대합실이 나란히 있다. 왕실 대합실은 1946년 즉위해 70년간 태국을 통치한 최고 영웅 푸미폰 국왕(2016년 타개)의 초상화가 지킨다. 주홍색, 황금객의 조화를 이룬 두개의 대합실에서 철길 5~6개를 건너면 초창기에 쓰던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는데, 철로와 플랫폼엔 기차 승객 보다는 관광객이 훨씬 더 많다. 열차가 자주 오지 않으니, 철로에 들어가 인생샷을 찍어도 제지하지 않는다. 천촌만락이 내려다 보이는 별궁 프라나콘키리, 라마 왕들의 대형조각이 설치된 라차팍파크 등 라마 왕조 흔적은 고품격 후아힌 여행의 상징물들이다.

북에서부터 아참, 후아힌, 쿠리부리, 방사빤으로 이어지는 후아힌 관광지 곳곳엔 숙박시설 까지 갖춘 테마파크가 있다. 하얀벽과 파스텔톤 건물이 모여 있는 산토리니파크와 양(羊)과 놀수 있고 트릭아트 미술관이 있는 스위스 쉽팜, 낙타공원 캐멀 리퍼블릭, 이탈리아 풍의 베네치아 후아힌 등을 차례로 만난다. 쉼팜에 전시된 트릭아트 ‘헤어드라이어로 머리 말리는 모자리자’, ‘볼 일 보는 다비드상’이 흥미를 돋운다.

후아힌 남쪽 해안절벽인 카오따끼얏 사원 입구에서 한계단 한계단 밟아 정상으로 오르길에선 원숭이가 반기고 10분내에 정상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청량감을 더한다. 계단 입구 20m 높이의 황금 불상은 뭐든 잘 베풀 듯한 예쁜 누나 표정이다.

플런완은 후아힌의 옛 시장 모습을 재현시킨 문화의 거리이자 테마파크이다. 플런완의 콘텐츠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한국 여행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맞불을 놓는 태국소녀들의 재잘거림이 싱그럽다.

플런완이 낮에 둘러볼 ‘소규모 인사동’이라면, 시카다 마켓(Cicada)은 매주 금, 토, 일요일 밤에 볼수 있는 고품격 공예-먹방 밤시장이다. 입구의 수백년된 나무 아래 이 도시 청소년 합주단의 전통 현악기 연주가 이어지고 작은 분수를 지나 둘레에는 전통공예와 미술작품 공방이, 가운데엔 먹방천국이, 야시장 두 모퉁이에는 영화, 연극, 퓨전공연 연쇄극, 만담 등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야외공연장이 있다. 아슬아슬 병쌓기 묘기를 보여주는 어린이부터, 60대 기타리스트까지 아마추어 재능꾼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후아힌은 ‘미니 타일랜드’이기도 하다. ‘외설’ 빼고 다 있다. 사파리에선 방콕, 파타야에서 체험할수 있는 각종 동물쇼가 펼쳐지고, 코끼리 탑승도 할 수 있다. 블루포트 쇼핑몰은 한국으로 치면 백화점과 마트 중간형으로 인테리어는 한국의 최고급 백화점 뺨치는데, 실내 지하에 블루라군 같은 작은 연못도 있다. 남서쪽에서는 예술인 마을이 있고, 후아힌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곳에는 국제 와인 콘테스트에서 프랑스, 스페인과 함께 톱10에 오른 60만평 크기의 몬순밸리 와리너리(레드불 운영)가 있다.

태국엔 ‘손님을 잘 모셔야 복이 온다’는 오래된 잠언이 있다. 어쩌다 불편한 상황이 생겨도 ‘Mai Pen Rai’(‘괜찮아’, ‘좋아’)라고 말한다. 후아힌 사람들은 때 묻지 않아, 이런 겸손함과 순수함을 간직한다.

후아힌 사람들도, 여행자들도 선남선녀들이다. “태국에 미남, 미녀가 이렇게 많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품격때문인듯 하다. 후아힌의 순수와 품격은 흔한 동남아 여행과는 달리,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핵심 요소이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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