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안녕하세요’에서 다루지 말아야 할 사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결론부터 말하면, KBS 예능 ‘안녕하세요’에서 다 큰 딸에게 과한 스킨십을 하는 아빠의 이야기는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접수돼 안건 상정 여부를 검토하게 됐는데, 방통심의위에서 이 사안은 보다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 같다.

공영방송인 KBS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정신과 의사 한 명 없이 아빠가 고교 2학년 딸에게 뽀뽀하고, 얼굴을 혀로 핥고, 엉덩이를 만진다는 사례를 공개적으로 다루는 것은 위태롭다. 이런 것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리려면 ‘PD수첩’이나 ‘추적60분’ 같은 시사교양물에서 다뤄 경각심을 유도해야지, 예능에서 어설프게 다룰 게 아니다.

‘안녕하세요’가 가족간 고민을 함께 나누며 불통의 벽을 허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상한 사람들을 계속 보여주는 건 문제가 있다. 이 자체가 막가파식 소통이다.

고교 2학년 딸이 싫다는 엉덩이를 만지고, 14살인 중1딸이 목욕할때 문을 열고 들어와 씻겨주는 아버지를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송에서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이건 성범죄 수준이다.

‘안녕하세요’가 가족간 고민을 들어볼 가치가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과 취향을 가진 구성원들이 다양성 차원에서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 것일까를 이야기해보는 자리에 한해서다. 여기서는 당사자들을 출연시켜 그런 갈등을 들어보고 프로그램내에서 화해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럴 때라야 예능적 장치까지도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딸에게 말도 안되는 스킨십을 하는 아빠 이야기는 웃으며 볼 수가 없다. 진행자가 “혀로 핥는 것은 좀 심한거 아니냐”고 하자 그 아빠가 “과거 아이들 변도 내가 다 핥아 먹었다. 콧물도 다 빨아줬다”고 말했을 때, 신동엽이 딸에게 “그럼 가끔 변만 드려”라고 말한 걸 결코 예능적으로 웃을 수가 없었다.

물론 토크쇼 형식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시청률 확보가 어렵다는 걸 이해는 한다. 그렇다고 관심이 떨어진다고 해서 자극성 사연들로 채운다는 건 폭력이다. 딸에게 이상하게 스킨십하는 이런 병리적 사연들을 전문성도 없이 다루다가 혹시라도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면 기획자들이 의도하지 않는 방송의 역기능까지 우려된다.

제작진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인지, 아빠는 딸을 향한 스킨십이 줄어들었다고, 또 고교생 딸은 그 사실을 말하면서도 아빠가 삐쳤다고, 아빠와 아내, 고교생 딸의 후기를 게시판에 전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연은 ‘안녕하세요’에서 다룰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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