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부핵시험장 사명 끝마쳤다” …약속 지켰다

김정은 북한 핵시설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치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공언한 대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자리한 북부핵시험장, 풍계리 핵실험장이 폐기됐다.

북한은 2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17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갱도 입구와 관련 시설을 폭파하는 형식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

2번 갱도(북쪽 갱도)와 관측소를 시작으로 4번 갱도(서쪽 갱도)와 단야장, 생활건물, 3번 갱도(남쪽 갱도)와 관측소, 그리고 군 시설인 막사 순서였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12일 공보를 통해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힌 절차를 밟은 셈이다.

1번 갱도(동쪽 갱도)는 1차 핵실험 실시 후 방사능 오염으로 이미 폐쇄돼 이번 폭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25일, 2013년 2월12일, 2016년 1월6일, 같은 해 9월9일, 그리고 2017년 9월3일 등 총 6차례에 걸쳐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진북핵문제의 상징적 장소다.

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를 통해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외무성이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기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실제 폐기 행사를 진행함으로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시내에서 약 42㎞ 떨어진 양강도 백암군과 함경북도 명간군 사이에 있는 만탑산 계곡에 위치해 있다.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000m 이상의 산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내구성과 방사성 물질 유출 방지 등 핵실험을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하갱도는 핵폭발시 방사성 물질과 가스, 파편 등이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여러 갈래의 달팽이관 모양으로 뚫고, 두꺼운 격벽과 차단문 등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동쪽에 있는 1번 갱도에서 1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북쪽에 자리한 2번 갱도에서 2차부터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서쪽의 4번 갱도는 북한이 4∼5차 핵실험 준비중 굴착을 중단했다가 작년 10월부터 굴착을 재개했고, 남쪽에 자리한 3번 갱도는 2012년 3월 굴착을 완료한 뒤 현재까지 유지·관리해 온 것으로알려졌다. 풍계리 일대가 단단한 화강암 지대이고 지하갱도는 폭발위력 200kt(킬로톤·1kt=TNT 1000t 폭발력)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하는 동안 지반이 크게 약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작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에는 핵실험 여파로 10여차례 자연지진과 대규모 함몰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이미 용도폐기된 풍계리 핵실험장을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소한 ‘미래 핵’을 제거했다는 의미까지 부인하긴 어렵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겠다면서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두 개의 갱도가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밝힌 바 있다.
풍계리 공동취재단·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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