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탐색] 용인 일가족 살해범은 ‘무기징역’-어금니 아빠는 ‘사형’…관건은 ‘교화 가능성’

-용인 살해범은 “교화 가능성 있어”…3명 살해했지만 ‘무기징역’
-이영학은 이례적 ‘사형’…“혐의 많고 죄 뉘우치지 않아”
-“피해자 적더라도 다른 가중요소 종합해 사형선고 여부 결정”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재가한 어머니와 새 아버지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주했던 살해범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생명의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파렴치한 범행”이라면서도 “갱생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형사12합의부(부장 김병찬)는 지난 24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관(34)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범행으로 취득한 피해자의 돈으로 항공권과 값비싼 물품을 구입하는 등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하고 파렴치한 범행”이라며 “결코 합리화될 수 없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사형에 대해 재판부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피고인에게 갱생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어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어머니와 새 아버지, 당시 14살이던 이부 동생을 흉기와 둔기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1억2000여만원의 금품을 훔쳐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아내와 2살 난 딸과 함께 뉴질랜드로 도피했던 김 씨는 현지에서 과거 범죄경력이 들통나 붙잡혔고, 결국 한국으로 송환됐다.

앞서 검찰은 김 씨에 대해 존속살해가 아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존속살해의 법정형은 사형ㆍ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강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오히려 형량이 무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이 이날 사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검찰은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딸의 동창인 중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했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씨는 지난 17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형을 선고하려면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어야 하는데 이를 다시 살펴봐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항소심에 나선 검찰 측은 이 씨의 주장에 대해 “이영학은 죄명이 14개에 달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있다”며 “1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것이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이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두고 법조계 내부에서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피해자가 1명뿐이라 사형을 선고했던 기존 판례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원춘이나 김길태도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피해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교화의 가능성이 없다”며 이례적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2인 이상의 피해자가 있는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인 경우에만 실제 사형선고가 내려졌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교화 가능성과 살해 방법 등 다른 가중요소에 따라 사형 선고 여부를 결정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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