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칼럼] 스피드 업 賞을 만들자

야구를 싫어하는 친구와 잠실야구장에 갔다. 경기 후 다음에 또 오자고 했더니 대뜸 지루해서 안 오겠단다. 공수 교대 시간, 잦은 투수교체 그리고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가 토막이 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박진감 넘치는 시간은 짧고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서 스포츠 경기의 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야구를 처음 본 사람의 관전평이었다. 그날 경기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3시간 반쯤 계속되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경기시간을 10분 단축하기 위해 스피드 업 플랜을 금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KBO는 자동 고의 4구제 도입, 12초 규정(타자가 없을 경우 투수는 12초 이내에 투구), 영상 판독시간 5분 등등을 만들어 놓았다. 처음엔 야구경기 진행이 빠른 듯 보였지만 도루아미 타불이 되었다. KBO 홈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21일 현재 3시간17분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프로야구가 처음부터 경기시간이 이렇게 늘어진 것은 아니다. 정규이닝 기준으로 80년대나 90년대 중반까지는 3시간 안쪽에서 경기가 끝났다. 93년에는 2시간47분이 걸렸다는 기록도 있지만 90년대 중반까지는 대체로 3시간 전후로 승패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99년을 기점으로 3시간을 넘기더니 몇 년 전부터는 3시간20분대로 정착되었다. KBO가 스피드 업 플랜을 도입한 것은 촘촘한 경기진행으로 관중을 붙잡자는 고육지책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금년도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가 전체 일정 중 30% 남짓 소화한 현재 NC, 롯데, 삼성 그리고 두산 등이 3시간20분대로 가장 긴 게임을 하고 있다. 나머지 팀들은 대체로 3시간15분대에서 마무리를 한다. Kt가 3시간12분으로 게임시간이 가장 짧다. 현재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두산, SK, 한화, 기아 중 두산을 제외하곤 3시간15분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NC, 삼성, LG 등은 다른 팀에 비해 경기시간이 조금 길다. 길다고 해도 5분 정도의 차이이기 때문에 팀 스탠딩과 경기시간은 상관관계가 별로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왜 경기시간이 늘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타력이 강해졌다는 점은 강조하고 있다. 타력이 강해지면 투구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게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격이 강해지면 재미는 커지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정면 승부를 피하려는 투구 패턴, 판정에 대한 잦은 어필, 공수교대 때 빨리 제 자리에 가지 않는 선수 등 게임의 주역들이 경기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선수나 감독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경기시간 단축은 어렵다.

축구나 농구 게임은 잠시도 경기장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바삐 움직인다. 야구는 여유와 여백이 묘미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늘어져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론 느슨해도 치밀하고 치열하게 경기가 흘러가야 하는 것이 야구경기이다.

스피드 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성적과 관계없이 가장 짧은 경기를 한 팀에게 연말에 ‘스피드 업’ 시상을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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