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광장] 이윤과 이기 사이

16세기 후반 등장해 오사카 상인, 이세 상인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상인으로 성장한 오미(近江) 상인은 ‘삼보요시(三方良し)’라는 독특한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삼보요시’란 판매자와 구매자는 물론 그들이 속한 사회까지 모두 만족하는 거래를 뜻하는데, 상거래에 있어 사회의 이익까지 생각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회의 이익을 생각하는 ‘삼보요시’는 경영현장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Tom Peters)가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가치에 근거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한 대목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에 빠지곤 한다.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가 다소 추상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사회적 가치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 거나 정해진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가치는 공동체의 이익 실현과 공공성의 강화를 전제로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역시 사회적 가치를 사회ㆍ경제ㆍ환경ㆍ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는 특별히 정해진 방법이 없다. 기업들은 진수성찬이 차려진 뷔페에서 맛있는 음식을 고르듯이 저마다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본업의 특기를 살려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모범 사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적인 시멘트 제조기업인 시멕스(Cemex)는 저소득층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소액대출상품을 개발해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업영역을 확대했고, 청소장비 기업인 카처(Karcher)는 세계 각지의 문화유산과 랜드마크를 청소하는 캠페인으로 기술력과 경영철학을 고객에게 전파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캠코 역시 금융산업 및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금융공기업으로서 소멸시효완성채권 등의 소각을 통한 금융취약계층 지원, 중소기업 및 중소해운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지원, 국ㆍ공유지 개발을 통한 공공자산 가치 제고 등 차별화된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가치 제고 전략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에게 ‘사회적 가치 실천’을 강조하는 것은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설립목적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 실천’은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利潤)이 단지 기업의 이기(利己)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지난날 이기만을 쫒던 기업경영 방식으로 초래된 해묵은 과제들이 수북이 쌓여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내몰리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무분별한 자원사용에 따른 자원고갈 등의 문제들은 기업의 이기가 초래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다. 사회적 가치 실천이야말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가장 적합한 대안인 것이다.

기업이 이기만을 쫒는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 사회적 가치가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등대로서 기업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비추고 있다.

모쪼록 앞으로 우리 기업들도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사회적 가치 실천으로 세계 경제무대의 파고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견인차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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