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대 최악의 선거전이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6ㆍ13 지방선거는 역대 최악의 선거전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남을 만하다. 그럴만도 한 게 이번 선거는 철저하게 관심 실종, 정책 실종, 인물 실종의 ‘3실(失) 선거’로 일관했다. 게다가 무분별한 정치공세와 네거티브가 그 자리를 메운 혼탁 선거의 전형이었다.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기보다는 상대 후보의 표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 선거였다. 4년간 우리 지역 살림을 꾸려나갈 유능한 일꾼을 뽑는 선거가 이렇게 실망스러웠던 적은 여태 없었다. 지방선거 무용론이 나오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일 정도다.

선거판이 뒷전으로 밀린 데는 그만한 이유는 있었다. ‘세기의 담판’이라는 북미정상회담에 온통 관심이 쏠린데다 여당의 압도적 우세로 일찌감치 판세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을 여야 정치권의 노력이 절대 부재했던 탓이 크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정책선거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라는 한계는 있지만 지역 현안과 발전 방안에 대한 정책 경쟁은 아무리 귀를 열고, 눈을 씻어도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공약이라는 게 ‘퍼주기’ 일색이었다. 한정된 지방 재정 형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얄팎한 선거 전략만 판을 쳤다. 이런 선거에 눈 길을 줄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지역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유권자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광역단체장, 그것도 1,2,3위권 대형 정당 후보 정도나 알고 있을까, 기초단체장과 교육감 후보조차 잘 모르고 있다. 그러니 광역의회나 기초의회 후보는 더 말할 게 없을 것이다.

그나마 사전 투표율이 20%를 넘었다는 게 반갑고 고무적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를 두고 저마다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선거전이 아무리 혼탁하고, 정치가 실망스럽다 해도 소중한 참정권은 행사해야 한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결과다.

이제 투표장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 왔다. 정책대결은 없고, 여배우와 유력 광역단체 후보의 스캔들같은 의혹만 난무하는 선거판이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 정치가 유권자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한탄만 한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찍을 사람이 없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다.

다만 이번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지방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 특히 교육감 선거와 지방의회는 제도의 존폐부터 근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빤히 보면서도 외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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