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KTX’ 해 뜨는 동해~해 지는 동해까지 달리다

주민들조차 못가본 곳 수두룩
우산국 이래 수천년의 꿈 담아
울릉 일주도로 올 가을에 완성

해안절벽 공기구멍 송송한 외벽
사이로 길 뚫는 ‘半터널’ 도로
마치 달리는 기차를 보는 듯

‘해 뜨다’…내수전 일출전망대
저동항~봉래폭포 길 자연에어컨

도동등대 호위 속 사동 거쳐 남양
거북바위·투구봉…기암괴석 즐비

천부 해중전망대서 바닷속 구경
섬 유일의 평지 나리분지…’해 지다’

울릉도 사상 최초의 ‘일주 도로’ 개통을 앞두고, 그곳에 KTX가 놓였다.

서울 면적의 10분의1도 안되지만, 온 사방이 절벽 지대로 험하기 때문에, 울릉도엔 주민 조차 가 보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다. 우산국 이래 수천년 꿈은 ‘울릉도 KTX’로 이뤄냈다.

해안절벽 오목한곳을 공기구멍 송송 뚫은 외벽으로 지탱하고 그 사이에 도로를 뚫는 방식의 ‘반(半) 터널’은 마치 질주하는 기차를 닮았다. 외벽에 도열한 공기구멍은 차창이다.

‘서 있는 팽이’ 같은 울릉도 남쪽 꼭지점 가두봉을 지나 거북바위 인근 통구미 몽돌해변에서 보면, 감을계 터널은 여객열차와 흡사하다, 이어지는 남양피암, 사태감, 곰바위 터널 등 ‘반터널’을 주민들은 ‘울릉도 KTX’라고 부른다. 올해 늦가을까지 북동쪽 섬목에서 내수전까지 3㎞구간이 뚫리면 ‘완전한 여행’을 담보할 울릉도 일주도로가 완성된다.

또 하나의 매력은 ‘동쪽에서 지는 해’ 울릉도 낙조이다. 육지사람들은 잘 모른다. 북동끝 섬목 일대에서 가장 높은 해안지대 석포 전망대의 일몰은 팽이 윗면 처럼 생긴 울릉도 북쪽 지형의 중후장대한 요철을 모두 담는다. 하늘에서 보면 고래 지느러미 모양새인 북서쪽 태하 끝지점 부터, 가까이로는 송곳봉과 코끼리바위(공암)까지 붉은 노을 속에 담아 낼 수 있다. 동쪽엔 삼선암과 관음도가 있다.

울릉도의 석양.

신비한 지질현상이 만들어낸 3층 봉래폭포.

봉래폭포,천연에어컨 풍혈, 내수전= 새 희망과 색다른 매력을 품은 울릉도의 시계방향 일주 여행은 석포ㆍ섬목과의 연결을 학수고대 하고 있는 내수전에서 시작된다. 저동항에서 차로 5분이면 도착하는 내수전 일출전망대는 야경이 더 멋지다. 짙은 섹소폰 소리 들릴 것 같은 저동포구의 낭만과 꽃 같이 불 밝힌 오징어배 무리 ‘저동어화(苧洞漁火)’가 아름답다. 낮에 보면 왼쪽으로 죽도와 관음도, 섬목 해안이 보인다.

찻길이 아직 이어지지 않은 내수전~섬목 사이엔 정글 사이 트레킹길이 나있다. 급작스럽게 식어 돌이 많은 화산지형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수목은 위로 치솟고 덩쿨이 휘감은 모습은 제주 곶자왈을 닮았다. 

관음도

울릉도에만 있는 너도밤나무, 유난히 잎이 반들반들한 울릉 동백, 일본의 ‘팅커벨 보이스’ 테시마 아오이가 생명과 사랑의 나무라고 노래한 마가목 등이 터널을 이룬다. 아니나 다를까, 길목에는 40~50년전 이효영부부가 폭설 조난을 당할 뻔 했던 300여 생명을 구한 정매화골 쉼터가 있다.

일출촬영 명소 저동항 앞 북저바위 북쪽엔 울릉도 부속섬 중에 가장 큰 죽도가 있다. 한 부부가 집 짓고 밭 일구며 살다가 지금은 거주하지 않는다. 죽도 청년의 매력에 도회지 대구 여인이 이곳으로 시집와, 영화 ‘파라다이스’처럼 한동안 둘 만 살았다. 섬의 유일한 진입로인 달팽이 계단은 1년 열두달 날짜 수와 같은 365개이다. 지금은 반백을 훌쩍 넘은 죽도 청년은 1년 열두달,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라면 감미로웠을 것이다.

저동항에서 서쪽 산악지역으로 2㎞ 올라간 곳에 있는 봉래폭포는 3개 지층의 침식 강도에 차이가 나면서 3단폭포로 이뤄져 있다. 순환버스 정류장에서 폭포로 가는 길이 폭포의 감동 만큼이나 운치 있고 건강하다. 삼나무 숲 삼림욕장은 여행자들이 휘톤치트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곳이다. 특히 풍혈의 자연바람은 여름에도 오싹하다. 인근 마을공동체는 청정 약초로 ’울릉보감‘ 엑기스를 만든다.

독도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울릉군 중심지 도동항.

절경의 행남산책로, 학포의 투명보트= 2500년된 향나무가 지키는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암까지 이어지는 나무데크 행남산책로는 발밑에서 나는 파도소리 듣고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을 지나는 걷기여행길이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잇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자연터널을 통과하며 해식동물, 해식애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 덧 여행자와 친숙해진 갈매기가 먹을 것을 달라며 모여든다. 산책 코스 중간쯤에 도동등대가 호위한다.

사동을 거쳐 가두봉 지나면 울릉군 초기 군청이 있던 서면이다. 가두봉을 중심으로 사동-남양 중산간에는 ‘울릉도 호박엿’의 재료 호박밭이 많다. 통구미 몽돌해변과 향나무 자생지를 지나면,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거북바위’를 만난다. 잘 찾아 보면 상륙하는 큰 거북 말고도 6~9마리가 붙어 있다.

코끼리바위(공암).

남양은 기암괴석 전시장이다. 신라 이사부가 1차 원정에 실패한뒤 마을 수호신인 사자의 형상을 뱃머리에 달고 2차원정에서 성공했다는 전설의 사자바위, 우산국 우해왕이 정복 당할 때 벗어던졌다는 투구봉, 국수 같은 주상절리가 멋진 비파산(국수산)과 남근바위가 있다.

학포는 1900년 울릉군으로 승격하기 18년전 이규원 검찰사가 조사차 상륙한 곳으로 ‘임오명 각석문’ 등 유적이 있다. 1883년 인구 53명이었다가 1885년 울릉도 인구는 2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산왕각, 팔각정 등 유적 외에 엉덩이 아래 물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 보트, 바나나보트 등 수상레저 코너와 폐교된 구암분교를 개조한 국민여가캠핑장이 있는 레저의 메카이다.

태하에 가면 울릉도등대를 잇는 절벽길에 304m 길이의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이 만들어져 있다. 6분만에 정상에 올라 15분 가량 걸으면 울릉도등대가 있는 대풍감(待風坎)에 도착한다. 출어 적기를 잡으려 바람을 기다린 곳. 현재 30억원을 들여 공사중인 스카이워크가 내년에 만들어지면 또하나의 울릉도 명소가 된다.

나리분지 너와집.

일몰 명소와 나리분지= 북면의 현포항 일대는 고분군 등이 있어 고대 우산국의 도읍지로 추정된다. 동국여지승람은 석물, 석탑 등이 있었다고 전한다. 이제부터 송곳봉과 공암 등 해상3대 명소를 차례로 만난다. 인근 예림원 전망대에 오르면 이 일대 절경이 더 잘 보인다. 공암 해안가 인근 내륙 평리마을엔 통기타 가수 이장희가 조성한 소공원 ‘울릉 천국’이 있다.

천부 해중전망대는 놓쳐서는 안된다. 바다쪽으로 100m 길이로 튀어나왔다. 부산 오륙도 스카이워크 보다 7배나 길다. 석포전망대의 낙조를 보고 숙소로 가려면 이곳을 지나쳐 삼선암과 관음도를 먼저 둘러보아야 한다. 12일 현재 도로가 뚫린 끝지점 섬목 관음도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다. 원래 육지와 붙어있었지만 거친 파도에 끊겼다가 2012년 140m 보행전용 연도교가 놓이면서 다시 한몸이 됐다.

드론이 촬영한 울릉도 전경.
해뜰 무렵 저동항 방파제에 내려 앉은 새들.

울릉도 최고봉 성인봉 가는 길은 많지만, 가장 아름다운 곳은 해발 500m 고도의 울릉도 유일의 평지,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를 거쳐 신령수 약수터로 가는 ‘나리분지 숲길’이다. 길가의 원시림과 천연기념물 52호 섬백리향, 울릉 국화, 섬말나리 등 희귀 멸종 위기 식물 자생지는 볼수록 신기로워 눈길이 머문다.

도동으로 돌아오자, 떠날때 못 본 현수막 ‘최동일 이장님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도동1리 주민일동’ 글귀가 보인다. 독도박물관 앞 향나무제품 가게 사장님은 나그네 목 축여 가라고 공짜 고로쇠물을 대접한다. 독도 태양광 발전소 건립에 울릉도 주민들과 육지사람들이 힘을 합쳐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섬에 살면서 속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울릉도 주민이 ‘KTX의 질주’ 같은 희망을 품더니 대놓고 정을 표현하는데, 호박엿처럼 달고 향나무 처럼 짙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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