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김정은, 북미정상회담서 예상 밖 노련함으로 ‘정상 국가’ 지도자 연출 성공”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

[헤럴드경제=이슈섹션]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불과 서른네 살 약관의 나이에 불과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예상 밖의 노련함으로 ‘정상 국가’의 지도자 이미지 연출에 성공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몰두하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은 ‘로켓맨’, ‘미치광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6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악수할 때도 긴장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분하게 인사를 나눴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 모습을 13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회담장에서 김 위원장은 다른 ‘정상 국가’의 지도자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성사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자연스러운 외교 용어를 구사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는가 하면 등에 살짝 손을 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제스처를 연출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은 북미회담을 위해 조언을 받고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7∼8일 중국 다롄(大連)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시 주석에게서 회담을 위한 조언을 들었을 가능성도 제시한다.

회담 전날인 11일 저녁 ‘깜짝 외출’을 하면서 취재진과 관광객들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든 것도 긍정적인 분위기 연출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마이클 코브리그 선임 고문은 “북한 지도자의 이례적인 외출은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그와 그의 나라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미지 연출과 함께 김 위원장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실리까지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담 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이번 합의문에 포함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공동성명에는 CVID가 빠져 북한의 뜻이 관철됐음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뜻대로 국제사회의 제재해제와 경제적 보상에 맞춰 북한 비핵화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암시한다.

다만 이번 북미회담에서 드러난 모습만으로 김 위원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북한이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을 이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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