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우리가 돈이 없지 뜨거움이 없냐’는 청년들을 선거에 출마시키는 법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엄마, 나 선거 나가려고”
“집안 거덜낼 일 있냐?”

응원은커녕 말리기 바쁘다. 이게 다 돈 때문이다.

   입장료

- 대통령선거는 3억원
- 국회의원선거는 1500만원
- 시·도의회의원선거는 300만원
- 시·도지사선거는 5000만원
-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는 1000만원
- 자치구·시·군의원선거는 200만원

200만원에서 3억원에 달하는 기탁금을 후보자등록을 할 때 선거관리위원회에 내야 후보자로 등록이 된다. 기탁금뿐만 아니라 각종 홍보물을 인쇄하고 유세에 들어가는 인건비 등을 보면 수천만원은 기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모아둔 돈’이 없는 청년들이 선거에 나가는 건 더 어렵다. (빵빵한 연봉 받는 정규직이거나, 부모에게 돈이 많으면 얘기가 다르다.) 결국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청년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덜 반영된다. 실제 현재 지방의회 의원들 중 청년의 비율은 3%가 채 안된다.


   십시일반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돈이 없지, 열정이 없냐’는 청년후보들을 위한 장이 열렸다. 온라인플랫폼 ‘청치펀딩’이다. 청년정치의 첫 자와 마지막 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기존에도 각종 선거펀드들이 있었지만 플랫폼에서 후보자들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소수의 지지자들이 거액을 펀딩해 단순 홍보용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진정한 다수의 개인들이 소액을 모아 이뤄내는 정치펀드를 위해 박동욱 청치펀딩 대표가 작년 7월 청년 리더십 캠프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후 국회 사무처 산하 비영리 재단인 ‘와글’이 행정력을 지원해 지난 4월에 완성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무소속 등 총 12명의 청년 후보들이 청치펀딩을 통해 펀드에 나서고 있고, 12일 기준 497명의 후원자들로부터 1억7924만9814원 가량이 모였다.

“후보자 12명 모두 처음부터 다 모인건 아니에요. 아이디어 제안할 때 캠프 참여했던 분들 중심으로 수요조사를 했고 이후에 다른 후보자들을 초대했습니다.”

청치펀딩은 후보자들 개개인뿐만 아니라 정책, 지역별로도 구분해뒀다. 후보자들은 복지, 환경, 노동, 문화, 도시, 노인, 청년, 청소년, 주거, 안전, 여성, 인권, 교육, 장애인, 육아 등 15가지 키워드들 중 본인의 핵심공약에 맞게 3가지를 골라 내세울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청년 후보들에 대해 관심도가 떨어지다보니깐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지역에 누가 나왔는지를 보거나, 특정 세대나 이해관계, 예를 들면 자녀를 둔 엄마 유권자들을 위해 ‘보육’이란 키워드로 묶어 볼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유권자들의 니즈(needs)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슈별로 후보자들을 쉽게 구분해 볼 수 있도록 ‘정책’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제공=청치펀딩]

   계산기 두드리기

청치펀딩의 이자율은 후보자가 직접 정하는데 평균 2.8%에 이른다. 선관위에 따르면 정치펀드가 시중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이자율로 진행되면 후원의 성격을 띨 수 있기 때문에 후원회를 열 수 없는 기초ㆍ광역의원 후보들은 시중 예금금리인 1.65%보단 높은 이자율을 설정해야 했다. 너무 높은 이자율을 제시할 경우 차후 후보자들이 상환할 때 무리가 갈 수 있고, 너무 낮으면 펀드 참여할 수 있는 시민들이 적어질까봐 각 후보들은 이자율 설정에도 고민을 해야했다.

현행법상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가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준다. 15%가 되지 않아도 10%를 넘기면 절반까지 보전해준다.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것을 가정하고 펀드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후보자가 득표율이 낮아 선거비용보전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사실 득표율이 15%가 안되면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이후에 상환일까진 후보자 개인이 돈을 마련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만약 15%가 안되면 사비로 펀드 상환을 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에 펀드목표금액을 조금 낮췄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상환일을 뒤로 미루려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어서 애초에 목표금액을 300만원, 500만원 등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후보의 상환능력과 득표율 달성 여부를 꼼꼼히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선거자금의 벽에 가로막혀 출마를 망설이는 청년 정치지망생들과 시민들을 연결하기 위해 시작된청치펀딩. [제공=청치펀딩]

   정착

이번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청년 정치인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청치펀드의 꿈도 시작과 다르지 않다.
“청치펀딩을 통해서 청년후보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그나마 많이 나온 것 같아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애초부터 청년정치를 서포팅하자는 기획으로 만들었는데 2년 뒤에 열리는 총선에서도 청년 후보들에게 기회가 되는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돈 많은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다수의 유권자들이 1만원, 2만원으로 투자자로 참여해 정책결정자를 시민의 통제권 안에 둘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