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지긋지긋한 ‘선거 스팸’, 알고보면 법이 키웠다


[헤럴드경제 TAPAS=정태일 기자]  “와 이제는 전라도에서도 문자가 오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차모(45)씨는 최근 전라도 지역 지방선거 후보자로부터 홍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하루에도 수십통이 전송되는 선거 홍보 메시지가 지겨워 아예 지우는 것조차 포기했더니 그간 쌓인 선거문자만 대략 60여통 가까이 됐다. 차씨 거주지가 아닌데도 서울 다른 자치구, 경기도, 전라도 등 지역도 다양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5월 1일~6월 8일 접수한 결과 선거 홍보 문자 관련 개인정보침해 상담건수는 1만1626건에 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에 문자 선거운동에 대해 시정조치한 건수는 264건이었다. 

‘선거 스팸’은 귀찮은 수준을 넘어 스트레스로까지 번졌다. 스팸신고를 해도 또 날아오는 문자는 가히 ‘좀비’ 수준이 됐다. 이처럼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선거 스팸’은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선거운동에서 ‘문자’의 등장

2010년 1월 24일까지 문자로 선거운동하는 것은 법에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82조 4항에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 대화방 등에 선거운동을 위한 내용의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만 나와 있었다. 

그러다 1월 25일 개정된 법안에는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 전자우편 발송’, ‘송ㆍ수화자간 직접 통화’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정보를 전송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법적으로 문자 선거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UCC 선거문자 범람의 기폭제

지금처럼 선거스팸이 밀물처럼 쏟아지는 것은 사전선거운동부터 문자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UCC(User Created Contents)다. 워낙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UCC는 낡은 용어였지만 2007년 대선 때는 신종 선거운동 방식이었다. 

당시 선거운동가들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UCC를 제작한 뒤 이를 포털사이트, 미니홈페이지, 블로그 등에 올렸다. 하지만 선관위는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 당일까지의 UCC운동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규제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트위터에 적은 후보자 평가를 팔로워와 공유하는 것도 공직선거법 상 규제대상이 됐다. 그러자 당사자들은 여기에 반발했고 이들 사건은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심판까지 갔다. 

헌재 결정은 2011년 12월 29일 내려졌다. 헌재는 규제대상에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 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문했다. 헌재의 이 같은 판단은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의 기폭제가 됐다.


   문자 사전선거운동으로까지 허용 

국회는 즉각 공직선거법 개정에 돌입, 선거운동 범위를 확대했다. 개정안은 2012년 2월 29일 나왔다. 개정안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이나 동영상을 올리고, 전자우편ㆍ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을 사전선거운동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 전에는 선거운동 기간에만 문자전송이 가능했는데 이 개정안 이후로는 선거기간 개시일 전부터도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선거일에도 문자가능, 횟수 5회→8회

문자전송 규정은 작년 더욱 풀어졌다. 작년 2월 8일 개정안을 보면 종전 59조 2항에서 ‘선거일이 아닌 때에’라는 조항이 삭제됐다. 즉, 이전까지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문자를 보낼 수는 있었어도 선거 당일 전송은 불가능했으나 지금은 선거일까지도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당신이 6월 13일 투표하러 가기 직전까지 문자를 받았다면 이 개정안 때문이다. 

나아가 그전에는 후보자가 문자를 보낼 수 있는 횟수가 5번이었으나 작년부터는 8번(예비후보자 시절 전송 횟수 포함)으로 늘어났다. 이래저래 선거문자를 보낼 수 있는 날도, 횟수도 늘었다. 괜히 ‘선거 스팸’이 넘쳐나는 것이 아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