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한 제3지대 정당들…한국 정치에 ‘중도’ 실험은 계속?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바른미래당와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제3 지대’ 정당들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같은 넓은 지역 단위 선거보다 통상 소규모 정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좁은 단위 지방선거에서 이들 ‘제3 지대’ 세력이 완패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양대 세력으로 우리 정치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진 대목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하게 받들겠다”며 조만간 미국으로 떠난다. 본인이 직접 나선 서울은 물론, 전국 적으로 변변한 당선자조차 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나 당분한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며 지내겠다는 의미다.

이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 제3 세력’을 꿈꾸며 정계에 입문한 안철수의 실험이 동력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4년전 ‘국민의당’ 열풍에 호남에서 광주시장은 물론 상당한 지방의회 의석까지 차지했던 승리는 다시 재현되지 못했다.

실제 선거 전부터 안 후보가 속해있던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자유한국당과 합당 또는 통합보수신당 창당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의 민주당으로 이탈 등의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곤 했다. 진보와 보수만이 존재했던 우리 정치에 ‘중도’의 영역은 제 3당이 생존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좁았던 셈이다.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뜻을 달리해 중도 진보를 표방하며 만든 평화민주당도 찬가지다. 5곳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을 배출했지만, 득표율을 보면 차기 총선에서 생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평가다. 보수 세력의 정계 개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불어민주당으로 편입되거나, 차기 총선을 기점으로 소멸 단계에 접어들 확률이 높다.

‘진짜 진보’를 자처했던 정의당의 지방선거 몰락도 눈에 띈다. 과거 울산 등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을 심심치 않게 배출했고, 또 때로는 지방의회에서 나름 의미있는 의석을 확보하곤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열풍에 휩쓸려 존재감조차 사라졌다.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따듯한 성원을 소중한 밑천으로 삼아 2020년 총선에서 확실한 믿음을 갖고 선택할 수 있는 탄탄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겠다”고 개표 초반 성명을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보수세력의 집권 아래 이뤄진 4년전 선거에도 못미치는 결과에 당혹했다.

정치권에서는 남북문제와 외교안보, 또 댓글파문과 대형 스캔들 등 중앙정치 이슈가 선거 전반을 좌우한 이번 선거의 특징이 이들 ‘제3 지대’ 정당들의 설 땅을 더욱 좁게 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이들 제3지대 정당들이 내분과 분열로 ‘대안 정당’이라는 차별화된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는데 실패한 것도 몰락의 핵심 요소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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