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페이 춘추전국 시대…“소비자는 머리 아파요”

쇼핑몰마다 각기 다른 페이 가입 요구
범용성 떨어져 번거롭고 보안도 걱정
규제 줄이고 업체간 제휴 활성화 필요

페이 춘추전국 시대다.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유통업체들도 자체 개발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은행ㆍ카드사와의 제휴를 늘리면서 고객 편의성을 높인 간편결제(페이)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규제 완화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뒤따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이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그 이면의 문제들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각종 페이 서비스가 난립하면서 소비자 혼란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자체 페이를 강화하는 것은 자체 유통망을 사용하도록 소비자를 ‘락인(lock-inㆍ고객 충성심을 높이는 것)’하기 위해서다. 자체 페이 서비스를 제공해 자사 유통망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신세계 SSG(쓱)페이, 롯데 L페이,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페이 등 각종 페이 서비스가 난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직장인 박범근(39) 씨는 “통신사 페이부터 시작해 백화점, 쇼핑몰 등 채널별로 페이가 너무 많다”며 “페이 서비스를 홍보하며, 할인 혜택 등으로 고객을 유인하지만 일단 서비스 종류가 너무 많고 번거로운 데다가 보안도 우려가 된다”며 “이것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처럼 페이 시스템이 개별화돼 범용성이 떨어지는 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통 채널별로 각 페이는 자사 유통망 중심으로 결제를 지원하면서 다른 사용처에서는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는 서비스별로 앱을 설치해야 하고 각 서비스에 신용카드 정보를 일일이 등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캐시리스 소사이어티를 위한 준비’ 보고서에서 “정부와 금융사 뿐 아니라 지급결제 관련 기업, 핀테크 업체와 스타트업 등 모든 시장 참여자 간 협업과 제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페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과 규제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 금융정보통신기술 융합학회장)는 “사용자가 본인인증 때문에 느끼는 불편함과 간편결제 사업자가 거쳐야 하는 규제로 인해 인프라 수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금융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기술 범용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페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이른 중국의 경우, ‘선(先)발전 후(後)규제’ 방침으로 관련 산업을 띄워주는 정부의 역할이 한몫했던 것처럼, 국내도 사업자가 고려해야 할 규제와 소비자 간 보호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 업체들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맹점의 모바일 페이 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페이 활성화를 위해 모바일 결제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체인증 보안이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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