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톡톡] 코프로모션, 제약업계 ‘선택 아닌 필수’ 됐다

-원개발사가 다른 기업 유통망 활용해 제품 공동 판매
-종근당, ‘아리셉트’와 ‘프리베나13’ 공동 판매 체결
-대웅, ‘포시가’, ‘아셀렉스’에 ‘스카이조스터’까지 도입
-우려도 있지만 다양한 파이프라인은 신약개발의 초석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제약업계에 한 개 제품(의약품)을 두 회사가 공동판매하는 ‘코프로모션(Co-Promotion) 마케팅’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원개발사는 유통망을 넓혀 제품 판매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이와 손 잡는 제약사는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이기 때문이다. 다만 코프로모션 계약으로 발생하는 매출액은 계약이 종료될 경우 매출액이 고스란히 빠져 나간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제약사는 코프로모션을 통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은 신약개발의 종잣돈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의약품을 공동 판매하는 코프로모션 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척박한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종근당, 치매치료제ㆍ폐렴구균백신 도입=코프로모션은 한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다른 기업이 가진 유통 및 영업망을 활용해 제품 판매를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주로 다국적사가 원개발사가 되고 국내사가 함께 손을 잡는 형태를 띤다. 다국적사는 제품 개발력은 높은 반면 국내 법인은 대부분 직원이 적어 영업망이 없거나 빈약하다. 반대로 국내사는 병의원 및 약국까지 전국적인 유통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프로모션은 국내 진출한 다국적사와 국내사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방법인 셈“이라고 했다.

상반기 국내 제약업계의 코프로모션 현황을 볼때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상반기 에자이의 치매치료제 ‘아리셉트’와 화이자의 성인용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두 제품의 매출액은 각각 600억원과 300억원으로, 종근당은 합계 900억원의 추가 매출을 확보한 셈이다.

앞서 종근당은 지난해 암젠의 골다공증치료제 ‘프롤리아’를 공동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등을 코프로모션 계약으로 확보한 종근당은 공동 판매 제품을 늘리며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자누비아와 글리아티린의 지난해 매출액은 1700억원에 이른다.

종근당 매출액은 2015년 6000억원이 채 안됐지만 도입 품목을 꾸준히 늘리며 지난해에는 8800억원대까지 매출액을 끌어 올렸다.

▶대웅, 다국적사 제품 뿐 아니라 국내사 제품도 도입=대웅제약은 다국적사와 공동판매를 지속적으로 하면서도 국내사와의 코프로모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웅은 아스텔라스제약의 당뇨병치료제 ‘슈글렛’의 계약이 마무리되자 이를 대체해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치료제 ‘포시가’와 ‘직듀오’를 도입했다. 두 제품의 연 매출액은 300억원 정도다.

국산 신약으로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관절염치료제 ‘아셀렉스’를 재도입했다. 아셀렉스는 원래 대웅이 공동판매를 해오다 2015년 계약이 종료되면서 동아에스티가 판매권을 가져갔다. 이번 계약으로 상급종합병원은 동아에스티가 맡고 종합병원과 의원 영업은 대웅이 맡게 된다.

또 대웅은 지난 5월 SK케미칼의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를 도입했다. 스카이조스터는 SK케미칼이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대상포진백신으로, 지난해 12월 출시 후 올 1분기에만 1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매출은 500억원이 예상된다.

스카이조스터를 대웅과 함께 판매하는 SK케미칼은 한국릴리의 골형성 촉진제 ‘포스테오’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릴리가 종합병원을 맡고 SK케미칼은 준종합병원과 의원 영업을 맡는다. 포스테오는 지난해 골다공증 치료제 중 163억원의 매출로 1위를 기록했다. SK케미칼은 릴리의 항우울제 ‘심발타’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지나친 코프로모션 의존은 금물…신약개발 기반으로=한편 제약사들의 코프로모션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제약사의 외부 제품 도입은 매출액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지나치게 코프로모션에만 의존하다 보면 실속없는 외형 성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코프로모션 계약이 종료되면 그 매출액이 고스란히 빠져나가기 때문에 매출액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 국내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은 지난해 1조4600억원의 매출 가운데 도입 제품 매출이 절반(7900억원)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와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등을 갖고 있다. 3개 제품의 매출액은 3300억원 정도다. 만약 원개발사와의 계약 종료 뒤 판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 상당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나친 코프로모션 의존은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프로모션은 국내사가 갖고 있지 못한 제품을 도입해 제품 라인을 확장할 수 있고 매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지나치게 외부 품목만 도입하다보면 근본 과제인 신약개발은 후순위로 밀리고 외부 의약품만 대신 팔아주다가 끝날 수도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코프로모션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우선 코프로모션으로 인해 도입한 제품은 국산 신약개발을 위한 초석으로 이용해야 한다. 늘어난 매출액은 신약개발과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의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코프로모션, 신약개발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코프로모션으로 벌어들인 돈은 신약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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