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귀띔하면 더 팔린다…트릭의 명품경제학

-명품값 인상 앞두고 ‘사재기 소비’ 확산
-유독 한국에서만 먹히는 고가마케팅 전략
-명품 국내 평균값, 프랑스보다 46% 비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직장인 이예진(31ㆍ여) 씨는 지난달 모 백화점 샤넬 매장을 방문해 500만원 상당 핸드백을 구입했다. 눈여겨봐둔 제품 가격이 11% 가량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구매에 나선 것. 이 씨는 “매장 점원이 ‘언제 또 가격이 오를지 모르니 빨리 사두는 게 이득’이라며 구입을 부추겼다”며 “실제로 매년 가격이 오르다보니 신제품을 구입해 나중에 중고로 팔면 손해 볼 일이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세계 명품업계에서 한국 시장은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마케팅이 통용되는 곳이다. 최근 샤넬,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그 인기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선언하면 ‘값이 뛰기 전에 사두자’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커지면서 단기간 매출이 급상승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재기 효과’ 덕을 톡톡히 봐온 명품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곱잖은 시각도 뒤따른다.

최근 샤넬,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만 그 인기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외 명품업체들이 고가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헤럴드경제DB]

20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샤넬,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브랜드가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한 직후 명품 매출은 급격히 뛰었다. 샤넬이 지난달 초 가방, 신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1% 가량 인상한다고 선언한 이후 신세계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5월7일~5월14일)은 29.6% 신장했다. 이는 올해 신세계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 신장률(1월1일~6월18일)이 16.1%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신제품 출시, 소비 심리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해외 명품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도 26% 늘었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샤넬은 지난해 5월과 9월, 11월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혼수 예물로 인기가 높은 클래식 라인을 최대 14% 올려 ‘한국 소비자를 ‘호갱(호구 고갱)’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샤넬 가방 가격이 오르다보니 몇년 전부터 ‘샤테크(샤넬을 이용한 재테크)’도 유행하고 있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11월부터 면세점, 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채널에서 총 5차례 가격을 올렸다.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한국에서만 가격을 많이 올리다 보니 국내 판매 가격이 프랑스 현지 가격과 큰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프랑스 금융 그룹 BNP파리바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매장의 주요 명품 브랜드 평균 가격은 프랑스 매장보다 46% 비쌌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이고 일본, 대만,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명품 가격은 가장 비싼 편에 속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들 명품브랜드는 주로 환율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만 반대로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며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 브랜드가 국내 백화점에 내는 수수료도 평균 10% 정도로, 30%를 훌쩍 넘는 국내 브랜드에 비하면 엄청난 혜택”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이 유독 한국에서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고가 마케팅 전략이 잘 먹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가 나타나다 보니,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일종의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그는 “가격 인상을 발표하기 몇주 전부터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가격 인상을 귀띔하면, 이런 내용이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해당 제품의 소비가 증가하는 게 패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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