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단축 D-11]업무 특수성 고려안한 주 52시간…“차라리 벌금 내는 게 나을판” 푸념

- 석유화학 등 특수 사업장 정기정비작업 필요
- 하루 공장 가동중단시 수백억원의 손실 발생
- 주 52시간 시행땐 보수기간 늘 수 밖에 없어
- “업무 특수성 고려 정부의 유연한 태도 기대”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공장 정비를 위한 가동을 중단할 때 하루만 더 늦춰도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현장에서는 차라리 벌금내는 게 낫지 않냐는 푸념마저 나옵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정기간에 집중 근무가 필요한 업종을 중심으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사업특성상 공장 정비작업을 위해 1년 주기 또는 3~4년 주기에 맞춰 공장가동을 잠시 중단하고 정기 보수작업을 시행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

A제련회사의 경우 정기보수 작업을 위해 보통 1년에 3~4일 정도 공장을 멈추는데, 하루 중단시 약 200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다.

이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 보수업체들을 투입해 집중근무를 해왔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4조3교대로 인력을 투입하지만 법을 준수하려면 인력을 더 뽑거나 보수기간을 늘려야 한다.

보수기간을 늘리면 손실은 더 커지게 돼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인력을 더 뽑기도 어렵다. 해당 인력은 다음 정기보수때까지 잉여인력이 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벌금을 내는게 회사로서 더 이익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정기 보수기간때만이라도 근로시간의 확대 적용이 가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단 이 문제는 A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석유화학과 조선업, 건설업종 등 여러 분야에서 유사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업종도 A사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정비작업이 필수다.

화재ㆍ폭발 등 위험요소의 감시와 확인을 위해서라도 24시간 작업이 멈추면 안된다. 만약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진행된다면 자칫 대형 사고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산업안전법령상 정비작업 수행에 필요한 연장근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업종과 건설업종 관계자들도 “저녁이 있는 삶도 좋지만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업무 특수성 등을 고려해 정부의 유연한 태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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