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日법정 ‘당당한’ 위안부 할머니…동참하고 싶었다”

영화 ‘허스토리’ 27일 개봉
시모노세키 재판 실화 소재

6년간 원고단 이끈 문정숙役
부산 사투리·일본어 연기 위해
우아함 버리고 연습 또 연습…

35년차 배우 김희애(51)가 힘든 역할을 맡았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다. 일본에서 보수주의가 매우 강한 야마구치현의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에 맞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다. ‘관부 재판’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23번의 재판,10명의 원고단, 13명의 무료 변호인이 활약했다. 여기서 김희애는 6년 동안 재판을 이끌어간 당찬 원고단장 문정숙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소재가 부담스럽고 사명감이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로서 일본에 가 당당한 재판을 받은 이야기가 와닿았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생각했다. 진심을 가지고 연기하는 것이었다.”

우아함의 대명사였던 김희애. 그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허스토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 들의 재판을 위해 일본 재판부와 싸웠던 사람 중 한 명인 문정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실제로 김희애(문정숙)의 대사 부분에 “부끄러워서. 나혼자 잘 먹고 잘 산게”라는 대사가 나온다. 김희애는 “그 분들이 재판에서 일부 승소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물론 이것도 뒷북이지만. 그나마 영화를 통해 그런 걸 알리는데 동참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여행사 사장인 문정숙은 처음부터 ‘좋은 일 하고 말거야’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됐다. 오해도 받고, 손가락질도 받으면서 그렇게 큰 일을 해낸 게 놀랍기도 했다.만들어진 인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 감동으로 와닿았다.”

김희애는 우아함의 대명사다. 이번에는 그런 기존 이미지를 덜어내야 했다. 머리를 자르고, 흰머리와 주름을 그렸다. 체중도 5㎏나 늘렸다.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 수많은 연습을 거쳐야 했다. 김희애는 일본어를 못한다. 일본어 대사를 일일이 한글로 써 자연스러울 때까지 익혔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읽지도 못했는데, 열심히 외워 지금도 할 수 있을 정도”라니 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잠작할 수 있다.

“민규동 감독이 저의 그전 이미지를 망가뜨릴려고 작정하셨다. 나도 그전 이미지를 없애고 싶은 마음이 있어 좋았다.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센 부산 사투리를 여러 종류 다 듣고 필터링했다. 문정숙 목소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허스토리’의 한 장면.

김희애는 한 인간으로 서서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피력할 수 있는 캐릭터에 동했다고 한다. 이전에 출연한 드라마 ‘미세스캅’에서 연기했던 주부 형사와 함께 ‘허스토리’ 문정숙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이어 ‘우아함’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정반대다. 그냥 평범한 생활이다. 내가 더 우아하게 해야할지? 진짜로는 우아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희애는 7년 간격으로 드라마 하나씩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그런 마음을 먹고 해왔는데, 기존과는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이 자신에게 주어졌다. 그는 “행복하다. 앞으로 또 어떤 선물이 남아있을지 몰라 평소 운동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이 돼 한 쪽으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던 김희애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낸 나문희 선배를 보고 큰 용기를 얻었다. “독방에서 연기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존경스럽다. 나도 위축되지 말고, 열심히 해서 존재감 있는 연기를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

김희애는 김해숙-예수정-문숙-이용녀 등 위안부 할머니를 연기하면서 함께 한 선배들을 잊을 수 없다. “신 스틸러 이용녀 선배님은 신들린 연기를 하셨다. 김해숙 선배님과는 그전에도 작품을 함께 했지만 이번에는 더욱 각별하게 임하셨다. 문숙-예수정 선배님도 수다 안 떨고 간식을 조금씩 챙겨와 조용히 먹고 수능 준비하듯이 자신들 씬 찍고 긴장에서 빠져나오셨다. 순수함이 그런 거구나. 겉멋 안들고 배우의 결정체만 남은 분들이었다. 나도 자극받았다.”

김희애와 함께 원고단의 든든한 지원군 신사장 역을 한 김선영과는 좋은 애드립을 남겼다. 김선영이 김희애에게 뽀뽀를 한다거나 “젖이 작아졌네”라고 한 건 모두 애드립이라고 한다. 김희애는 “원래 애드립은 안좋아하는데 김선영의 연기가 대박이었다. CF에서 단번에 눈길이 간 배우였는데, 과장연기를 과장 아닌 것처럼 했다”고 전했다.

서병기 선임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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