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이 사람- 최성호 게임 전문 변호사]“게임도 M&A처럼 타이밍 싸움… IT 스타트업 특화영역 구축했죠”

“결국 타이밍 싸움입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상대방이 방심하고 있는 순간을 노리는 것이 중요하죠. 인수합병(M&A)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시점에 투자를 유치하고, 어떤 협상을 제안하는지에 따라 기업 가치는 전혀 달라집니다.”

‘게임 전문 변호사’ 최성호(37ㆍ사법연수원 42기) 변호사가 말하는 변호사 업무와 게임의 공통점이다. 최 변호사를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게임 마니아였던 그는 변호사가 된 경위를 ‘어쩌다’라고 표현했다. “게임이 좋아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어요. 연구를 핑계삼아 실컷 게임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 때문이었죠. 게임회사 창업의 꿈도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1980년 서울 △배명고ㆍ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사법연수원 42기 △게임문화재단 감사 △주식회사 키앤파트너스(현)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현)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코딩을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블루오션을 고민하다 게임과 IT 산업을 주요 무대로 하는 법률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최 변호사는 하루 15시간씩 하던 게임을 잠시 접어두고, 3년 반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3년차에는 IT 스타트업 분야에 특화된 로펌을 설립했고, ‘게임 전문’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유명 벤처회사인 파티게임즈, 봉봉 등에 법률자문을 했다. 취미가 일로 변한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셈이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그의 사무실 한쪽 켠에는 게이머 전용 PC 4대와 TV 전용 콘솔게임기,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기 등이 설치돼 있었다.

새로 출시되는 게임은 빠짐없이 해보는 편이라는 최 변호사는 게임업계를 자문하기 위해서는 산업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저와 게임사 간 소송을 비롯해 게임 저작권 분쟁, 투자 계약 등이 이 업계서 주로 발생하는 법률이슈입니다.

특히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을 때는 ‘창작성’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데요. 여러 게임을 접해봤다면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규칙, 스토리라인 등을 찾는 데 유리하죠. 게임사 고객들과 공감대를 갖고 소통할 수 있는 점도 큰 메리트예요.” 최 변호사는 지난 2013년 커피숍을 운영하는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 ‘아이러브커피’을 개발한 벤처회사를 대리했다.

게임이 국내외서 많은 인기를 얻자 중국에서 표절게임 ‘커피러버’가 출시된 것이 문제였다. 그는 ‘플랫폼’을 공략했다. “중국 회사와 어떤 방식으로 저작권 분쟁을 펼쳐야 할지 난감할 때였어요. 빠른 시간 안에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도 필요했죠. 다양한 게임을 접하다 보니 유통 플랫폼을 차단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애플 앱스토어에 법률 의견서를 보내는 등의 방식을 이용할 수 있었죠.”그는 올해 초 프로게이머들을 지원하는 선수 매니지먼트 회사 ‘키앤파트너스’도 설립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놓고 싶어서다. 최 변호사는 “e스포츠가 활성화되고 프로게이머가 보편적인 직업으로 자리 잡는 날,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10년 이내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해요.

전 세계 수억 명의 게임 팬 중 한명으로서 프로게이머들을 돕고, 나아가 e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이미 국제e스포츠연맹(IeSF)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e스포츠 관련해서도 다양한 법적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요즘 10대들은 축구, 농구보다 e스포츠를 시청하는 수가 더 많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예요.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인터넷 방송 매체서 게임 BJ(1인 방송 진행자)들이 게임 경기 영상을 중계하고 있죠. 그런데 게임 경기 영상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어요. 게임회사 또는 프로게이머 중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는지 앞으로 논란거리가 될 거라고 봐요.”

정경수 기자/[email protected]

사진=정희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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