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이 기술 건 아버지 ‘한세상’의 판결 더 빛났다

27년차 배우 성동일(51)은 인터뷰도 인간적이어서 끌린다. 영화 ‘탐정;리턴즈’로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연기기술자”라고 말한다. 출연료를 주면 바로 연기가 나오는 주크박스형(?) 배우다.

성동일은 자신을 대단한 배우로 포장하지 않는다. 폼 잡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작을 하는 만큼 수입이 많다.

그는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 아빠 명의로 된 집에 살고 있다는 게 참 좋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피자 사먹일 수 있어 행복하다. 앞으로 살아보면 이것보다 더 한 게 뭐가 있겠냐.”


성동일은 그런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가 보여주는 부성애가 18일 JTBC 월화극 ‘미스 함무라비’ 8회에서도 나왔다.

성동일이 맡고 있는 한세상 부장판사는 법원의 주류 엘리트 코스가 아닌 비주류다. 법원 수뇌부가 가장 무서워한다는 출세를 포기한 판사(출.포.판.)지만, 집안에서는 아내와 중학생 딸 둘 밑으로 가장 낮은 서열을 차지하고 있는 서글픈 가장이다.

집에서 아내와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한세상은 두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자 “내 딸 얼굴 한번 보여줘”라고 말하는데도 그냥 자기 방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딸은 자신의 사진을 카톡으로 아빠에게 보내주었다. 이게 요즘 아빠의 현실이다. 자식이 방에서 문자로 거실에 있는 엄마에게 “간식줘”라는 문자를 보낸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혼한 부부의 친권 양육권 항소 소송이 열렸다. 고아로 자란 원고(아빠)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이 악물고 돈을 모으는 것이었지만 정작 가족들 곁에는 없었다. 결국 외롭게 방치됐던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됐다. 가족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는 원고는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양육권 항소 소송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세상 부장판사는 “아무 잘못 없는 남편이 왜 애를 뺏겨야 하나”라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한세상은 아빠를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 아이들의 시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골에 가서 사는 건 원고의 꿈일 뿐 아이들의 꿈이 아닌 것이다. 한세상도 변비에 걸린 어린 딸이 잠 자기 싫어 투정을 부리는 줄 알았던 과거를 추억했다. 이제는 아빠가 필요없을 정도로 훌쩍 자란 중학생 딸의 에피소드가 겹쳐졌다.

이에 한세상은 “원고 미안합니다. 원고의 고통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줄 마음의 여유까지 잃은 것 같다. 법이 원고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법보다 현명한 시간의 힘이 가정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바랄 뿐” 이라고 같은 아버지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원고 딸들을 위한 판결을 내리며 항소를 기각했다.

나는 성동일이 실제 자식인 성준 군과 성빈 양이 피자를 먹고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그림이 떠올랐다. 

서병기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