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좌장 서청원 탈당 선언

“국민분노 자초한 책임 크다”

자유한국당에 인적 쇄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 좌장부터 초선까지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이 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당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인적 쇄신을 위한 사전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서청원 의원은 20일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 주고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열어주시길 간곡히 당부한다”며 탈당과 함께 차기 총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평생 몸담았던 당을 떠나며’라는 성명서에서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면서 “오늘 오랫동안 몸을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패배이후 2년여 동안 고민해 왔다”며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키겠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들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도 시작됐다. 초선인 윤상직 의원은 “보수진영에서는 그동안 책임을 지고 희생을 하는 것이 없었다”며 “불출마 선언은 그런 의미다.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쓴소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섭 의원도 공개적으로는 밝히지 않았지만 불출마 의사를 동료 의원들에게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의원은 전날 초선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실명을 밝힐 수 없지만 몇몇 의원은 우리도 같이 희생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주셨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수 정치인들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보수진영의 한 인사는 20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의 제일 큰 문제는 나만 빼고 혁신”이라며 “보수는 자기 희생과 책임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그걸 떠 앉지 못했다. 불출마 선언을 이에 대한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작가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은 자기 희생 밖에 없다”며 “113명의 국회의원들이 다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진들도 마찬가지다. 5선의 김무성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15일에는 김순례ㆍ김성태(비례)ㆍ성일종ㆍ이은권ㆍ정종섭 의원 등 5명의 초선 의원들이 중진들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한 인사는 “17대 총선 전, 차떼기로 위기에 몰렸중진 의원들이 연달아 물꼬를 텄다”며 “중진들이 뒤에서는 당권 위한 노림수만 쓴다고 그러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강삼재ㆍ정창화 의원 등 영남권 중진 14명을 포함해 27명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원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 탄핵 역풍에도 121석을 건지며 약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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