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람잘날없는 가상화폐, 제도권 감독 입법 서둘러야

가상화폐 업계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가상화폐를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 ‘장부상 거래’만으로 이익을 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가 하면, 도박에 해당하는 마진거래로 거래소 대표와 임원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중소 거래소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랐다. 최근엔 코인레일이 40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도둑맞은지 불과 열흘만에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도 350억원 가량의 해킹 피해를 봤다.

최근 1년 남짓한 사이에 해킹 피해는 1000억원이 넘는다. 일단 최근 벌어진 해킹 피해는 각 거래소 자체 능력으로 구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벌어진 가상화폐 해킹 피해 규모가 수억달러, 수천억원씩이나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피해사례는 얼마나 더 커질 지 알 수 없다.

이처럼 가상화폐 업계에 사건 사고가 잦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자율규제의 한계 때문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아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암호화폐의 70%를 옮겨두도록 하는 등 보안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업계 자율이다 보니 이를 강제할 수도 없는데다 회원 거래소들 역시 준수할 의무도 없다. 협회가 자율규제 심사를 진행하는 거래소는 전체 회원사 23곳중 14곳에 불과하다. 보안보다는 거래의 편의성을 더 중시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권 감독하에 두는 것은 이제 당위다. 실명거래 의무화로 투기 바람만 잡고 말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이미 이달초 대법원 판례로도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됐다. 금융당국도 가상화폐가 교환의 매개 또는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는 전자적 증표라는 실체는 인정하되 가치의 척도, 지불수단 기능을 가진 화폐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입장 정리를 끝냈다.

금융위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도권 감독하에 두기위해 추진중인 법개정을 더 서둘러야 한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가상화폐 취급업소는 모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며, 은행에 준하는 고객 실명 확인과 자금세탁 방지 의무가 부과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위법을 저지르거나 금융당국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임원 해임 권고, 영업정지, 기관 경고, 시정명령 등의 중징계도 받게 된다. 입법지연으로 가상화폐 사고와 피해가 계속되면 비난의 화살은 금융당국과 국회로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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