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곽 드러난 대학 구조조정, 더 신속 과감한 추진을

대학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전국 대학 세 곳 중 한 곳이 그 대상에 포함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1단계 대학 기본역량을 진단했는데 전국에 323개 대학 가운데 4년제 대학 40개교, 전문대 46개교 등 86개교가 ‘2단계 평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이번 평가에서 제외된 30개교를 합하면 116개교가 일단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셈이다. 이들 대학은 2단계 진단 결과까지 합해 권역에 관계없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된다. 역량강화대학은 정원감축을, 재정지원 제한 대학은 정부 지원이 일부 또는 전면 제한된다.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대학은 퇴출시키겠다는 의도다.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자 시대적 과제다. 출산율 저하로 대학에 진학할 학생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데다 대학 진학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제 내년 입시부터는 대학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하게 된다. 전문대를 합해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명 정도인데 고교 졸업자는 50만명 선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그 격차는 매년 더 크게 벌어질것이다. 80%를 넘나들던 대학진학률도 60%대로 내려왔다.

하긴 지금도 대학이 너무 많다. 웬만한 군 단위만 가도 대학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경쟁 선발은 고사하고 정원조차 못채우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신입생 충원률이 70% 안되는 대학이 지난해 15 곳이나 됐다. 외국 유학생을 대거 받아들여 연명해 나가는 ‘무늬만 대학’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런 대학들은 앞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게 됐다.

대학 과잉의 폐해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만큼 심각하다. 매년 수십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사회에 배출되지만 높은 학력에 걸맞는 일자리는 태부족이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야단이지만 중소기업 등 일부 업종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고학력자가 늘어날수록 인력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대학과잉, 학력 인플레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 강도를 바짝 높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8월말 최종 결과가 나오면 해당 대학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그럴수록 더 신속하고 엄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이번에 또 흐지부지되면 대학 구조조정은 영영 물건너 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학력과 학별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 개인의 기술과 역량이 있다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얼마든지 대우받을 수있는 사회분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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