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평가연구소 영장류실 가보니] 한치 오차도 용납않는…신약개발의 ‘요람’

국내 독성시험 분야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가 국내 수요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영장류 동물실에는 총 9명의 숙련된 전문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영장류실 가보니
인간과 種차이없는 영장류 대상
백신·신물질 효능등 자료 테스트

결핵 기생충 등 질병여부 체크
약물 인체영향 확인 후 최종판정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유효성(효능)과 안전성(독성) 검증이 필수다.

하지만 어떤 부작용과 독성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임상시험에 나설수는 없다.

인간과 종 간 차이가 없는 영장류는 신약과 백신의 개발, 신물질의 효능과 독성테스트 등에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영장류 독성시험평가로 국내 신약개발의 첨병역할을 담당하는 안전성평가연구소 영장류 동물실의 일과를 살펴봤다.

▶550마리 이상 영장류 독성평가에 활용=안전성평가연구소 영장류 동물실. 이곳에는 원숭이 4마리가 며칠 전 체내에 무선센서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원숭이들은 무선센서를 활용, 모 제약사가 개발중인 생물의약품의 전임상시험(독성평가)에 투입될 예정이다.

우동호 안전성평가연구소 영장류모델연구그룹장은 “원숭이 몸 속에 삽입된 무선센서가 24시간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 약물의 부작용 여부를 알려준다”며 “심전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연구팀에 샘플을 보내 심장 독성 관련 유전자 변화 등의 연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영장류를 전임상시험에 이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 박사는 “예전에는 비글 등 주로 개를 활용해 독성평가시험을 했지만 인간과의 종간 특이성이 커 신뢰도가 떨어졌다”면서 “원숭이는 해부학적, 생리학적 측면에서 사람과 가장 유사하고 약효 및 독성발현 기전이 비슷해 최적의 독성평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독성시험 분야는 일부 민간 비임상 위탁연구기관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가 국내 수요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영장류의 수급이 말처럼 간단치 않은데다 관리와 시험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재 영장류 동물실에는 우 센터장을 비롯해 총 9명의 숙련된 전문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신약 개발용 실험동물로서 영장류의 중요성은 독일에서 발생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극명하게 말해준다.

임산부들의 입덧 방지를 위한 진정제로 1957년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는 임신 중인 쥐와 개를 대상으로 한 독성시험에서는 부작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시판 후 이를 복용한 임산부 약 5000여명이 기형아를 출산하는 비극을 맞았다.

영장류 동물실 내부에는 현재 약 550마리 이상의 원숭이들이 운집해 있다. 이들은 주로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등지에서 도입된 게잡이 원숭이와 붉은털 원숭이다.

우 박사는 “체격이 비교적 작은 게잡이 원숭이는 일반 독성평가에, 붉은털 원숭이는 바이러스와 에이즈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실험용 원숭이 사육은 중국, 베트남 등 4~5개국에 한정돼 있어 원활한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장류 동물실에서는 원숭이들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결핵, 기생충, 인수전염공통병 등 질병여부를 확인한다. 이를 위한 검역기간만 약 30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미 산지에서 30일 동안 사전검역을 거쳐 보내졌음을 감안하면 원숭이들의 영장류 동물실 입성에는 최소 두 달 정도가 소요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우리에 한 마리씩 수용되며 이후에도 주기적인 추가검사를 반복한 뒤 이상이 없을 때 각종 독성시험에 투입된다.

독성평가시험 단계에서는 연구원들이 원숭이에게 약물을 투여한 후 체중이나 행동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초자료를 작성한다. 시험의 마지막 단계로 실험대상 원숭이들을 부검, 약물이 체내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고 시험책임자가 최종 판정을 내린다.

▶철저한 관리는 필수=비싼 몸값에 더해 인간을 위한 값진 희생을 담보로 사육되는 원숭이들에게는 VVIP급의 편안하고 안락한 의식주가 제공된다.

사료 등 신선한 먹이는 물론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한 원숭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24시간 동안 적절한 온도와 습도, 환기상태를 유지시켜준다. 일정기간 동안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군(群) 사육시설에 수용돼 적응기간을 거치기도 한다. 야생에서 군집생활을 하던 원숭이들이 갑자기 격리 수용되면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처를 입거나 병에 걸린 원숭이들은 시험에서 제외된다.

특히 영장류 동물실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무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기의 유입에 따른 오염물질과의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동물실은 내부의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내부 공기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설계돼있다.

그만큼 이곳에 출입하기 위한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완전히 살균된 위생복과 장갑, 고글, 마스크 등으로 완전 무장해야만 출입이 허가된다. 간염보균자들은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며 작업을 마치고 나오면 의복과 장비는 곧바로 소독실로 보내진다.

우 박사는 “현재 국내에서는 한 해동안에만 수백만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각종 실험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중 영장류는 살아있는 시약으로 불리며 해마다 활용개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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