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시장 10명중 7명이 중국동포…

건설현장·시골농장·도심식당…
사람없어 불법체류 알고도 고용
일손달리는 농촌 그래도 환영
대부분 월200만원이상 고임금

“한국에 있는 외국인 인력들이 파업하면 당장 건설현장 절반은 문 닫아야할 걸요?”

한국인이 기피하는 2차 노동시장을 이국의 노동자들이 점령하고 있다. 건설현장, 도심 식당, 시골 농장 등 인력사무소와 직업소개소를 통해 구할 수 있는 일터 대부분을 채우는 건 중국ㆍ몽골ㆍ나이지리아 등지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다. 이들이 없으면 당장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의 사업체도 많다. 일부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면서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9일 새벽 5시,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서울 남구로역 사거리 인력시장은 이국의 언어가 낯설지 않다. 인력사무소 30여개가 새벽 4시부터 불빛을 밝히는 거리에는 일자리를 구하러 온 사람들 열에 일곱이 조선족 말씨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국내에서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업계가 별로 없다는 게 이곳 인력사무소의 설명이다. 법무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으로 국내 외국인의 40%, 귀화 허가자의 38.7%를 중국동포(조선족)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근로현장에서 더 이상 ‘값싼’ 인력이 아니다. 한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꺼리는 현장을 도맡으며 매일 성실하게 일하면 월 300만원까지 버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46.9%, 100만원에서 200만원 미만이 38.7%로 나타났다. 건설관련 자격증까지 갖고 있으면 중소기업 정규직 부럽지 않게 벌 수 있다.

중국동포 이선동(46ㆍ가명) 씨 역시 쉬는 날 없이 일하며 현지 가족에게 200만원을 송금한다. 어느덧 한국인이 빠져나간 일자리의 ‘주축’이 된 외국인 노동자 이 씨는 “건설 노조에서 한국인만 써야한다고 얘기하지만, 막상 일자리를 원하는 한국인도 별로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비슷한 상황은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대림동에서도 목격됐다. 주로 서울 및 수도권 건설현장 같은 ‘눈에 띄는’ 일자리를 알선하는 남구로 인력시장과 달리,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불법체류자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한국인,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몽골인 등이 급여 수준이 좀 더 좋은 건설현장으로 빠져나간다면, 이들은 급하게 일손이 필요한 농촌이나 지방 공장 등지의 일자리를 노린다.

인근 직업소개소에 따르면 방문취업비자(H-2) 없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아프리카계 난민들이 하루에도 20~30명씩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림역 인근 직업소개소 60여곳 중 상당수가 암암리에 일자리를 주선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모여든 것이다.

모 직업소개소 직원은 “‘한눈에 봐도 외국인’인 난민이나 불체자들인 탓에 눈에 띄지 않는 외곽 일자리를 주선한다”며 “불법임은 알지만 농촌에서 일손이 없다며 ‘제발 불법체류자라도 보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고 고백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제한으로 인해 농촌 등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인근 직업소개소 전문가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일자리를 지탱하는 기둥은 외국인 인력임을 인정하고 현실성 있는 정책을 요구했다.

“직업소개소 알선비 10만원을 아끼려 밴드(메신저)로 직접 농촌과 연락하는 불체자까지 늘어나는 마당에 단속만이 답일까요? 식탁에 오르는 오이 하나, 토마토, 감자, 옥수수 하나조차 외국인 일꾼의 손이 닿지 않은 게 없는데….” 피치못할 현실 속에 공공연한 불법이 이뤄진다는 것이 대림동 직업소개소의 변이다.

김유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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