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오늘의 공짜 점심은 내일의 카드값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197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 교수가 한 말이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사회에서도 흔히 인용되곤 한다. 말 그대로 대가 없는 이득은 없다는 뜻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 내 주머니에 쏙 들어온 거 같지만, 실제로 그 돈은 나와 내 가족이 세금이나 저축, 소비 등의 이름으로 이미 지불했거나 앞으로 지불해야 할 것의 일부분이다.

경제성장은 부가가치의 창출이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보다 가치있는 것을 만들 때 비로소 경제는 성장한다. 자원과 돈이 한정되고, 있는 건 사람 뿐인 우리나라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원재료를 수입해 중간재와 완제품을 수출하고, 그 돈으로 다시 원재료를 사오는 제조업 중심 가공무역을 집중 육성한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가 경제에서 기업과 가계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다른 경제 주체들로부터 세금을 받는 것이 수익의 전부인 정부의 덩치가 크지 않아야 한다. 석유와 자원으로 정부 스스로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중동이나 베네수엘라, 북유럽 등과는 정부의 개념과 범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지난 20일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회의에서 “상상 이상의, 깜짝 놀랄 만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실험을 진행 중인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돈을 풀어달라는 여당의 주문이다. 단숨에 쭉 오른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정부 재정 지출로 최소화하고, 또 양육수당 10만원처럼 직접적인 가계 지원도 더욱 늘리라는 뜻이다.

실물 경제 지표 대부분이 경고등을 켜고 있다. 가계, 특히 소득 하위 계층의 소득 증가율은 기대치에 못미치고, 실업률은 계속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동내 영세 자영업자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힘들다. 그나마 수출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새 부가가치, 즉 돈을 끌어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반도체 등 몇몇 업종을 제외하곤 예전만 못하다. 한마디로 돈이 들어올 구멍이 점점 막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나마 세수 증가로 사정이 좀 나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돈을 풀어 경제에 응급 수혈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돈도 한계가 있다. 스스로 돈을 찍어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부가가치는 가계와 기업이 내는 세금이 전부인 우리나라 정부의 천수답 구조상 늘어난 재정 지출은 다음 해 또는 우리 자녀들의 세금 부담이다.

적당한 공짜 점심은 분명히 오늘의 생활(경제)에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과한 공짜 점심은 내일의 부채일 뿐이다. 월급날마다 통장에 찾아오는 신용카드 대금처럼 말이다.

OECD는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적자 확대로 2040년에 순채무자가 되고 2060년엔 순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96%까지 증가한다”며 쓴 약을 뒤로 미뤄두지 말고 지금부터 조금씩 나눠 감내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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