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한국 국가신용등급 AA- 유지…“긴장 완화 불구 지정학적 리스크 여전”

정부세종청사 전경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상위 네번째 등급으로, 지난 2012년 9월 6일 부여했던 등급을 거의 6년째 유지한 것이다.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결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대외건전성과 거시경제 성과 등 긍정적 요인과 지정학적 위험, 고령화ㆍ낮은 생산성 등 도전요인을 균형있게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 피치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긴장은 완화되었으나 지정학적 위험이 국가신용 등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은 군사적 대립 위험을 추가적으로 낮추는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된 긴장의 고조ㆍ완화 패턴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합의 이행에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고 ▷깨지기 쉬우며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이해관계로 복잡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내 통일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재정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와 관련해서는 한국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은 올해 2.8%, 내년 2.7%로 다소 둔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수출 둔화와 유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미국과 중국 간 통상갈등도 위험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또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등으로 중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5% 수준으로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2020년까지 기준금리를 2.25%로 올려 연 0.25%포인트 수준의 점진적 통화긴축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금리인상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자본유출 폭이 커진다면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한국의 올해 재정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8%로 낮아질 전망이지만, GDP 대비 38.1%인 정부부채는 현행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AA등급에 부합하고, 공기업에 대한 명시적 보증채무는 지난해 1.2%로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피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투명성 제고, 정부ㆍ기업간 분리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개혁은 지배구조를 개선해 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향후 한국 국가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요인으로 ▷구조적인 지정학적 위험 완화 ▷신뢰할 만한 정부ㆍ공공기관 부채감축 전략의 시행 ▷지배구조 개혁 등을 통해 가계부채 악화 없이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증거 등을 들었다. 반면에 하향요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의 중대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 등을 들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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