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금융회사가 월드컵 승부예측을 하는 이유

[헤럴드경제 TAPAS=민상식 기자]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본선 F조 1차전인 스웨덴전을 앞두고, 외국 베팅업체들은 스웨덴이 한국을 1-0으로 이길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가장 유명한 베팅업체인 윌리엄힐은 스웨덴이 1-0으로 이기는 배당률을 4배로 책정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국의 1-0 승리는 7배의 배당률로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봤다. 베팅 업체들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인 까닭에 승리 가능성이 큰 경우에 낮은 배당률을 책정한다. 베팅 참가자들의 54.07%가 스웨덴의 승리에 돈을 걸었다. 한국의 승리는 29.81%, 무승부는 16.11%였다. 결과는 스웨덴의 1-0 승리. 베팅업체의 배당률과 일치했다.

<사진>유럽 베팅업체들의 한국-멕시코전 베팅현황 [출처=오즈체커 oddschecker.com]

■ 도박사는 어떻게 예측하나

베팅업체들은 어떻게 승리를 예측할까. 돈이 오가는 냉정한 사업이기 때문에 업체들은 손해를 덜 보고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배당률 책정에 사활을 건다. 배당률은 각 업체의 전문 도박사인 ‘오즈메이커’(Odds Maker)가 담당한다. 오즈메이커는 각 팀의 전력과 각종 변수를 분석해 업체가 이익을 보도록 배당률을 제시한다. 선수 몸 상태와 팀의 사기, 날씨 등의 요소까지 수치화해 배당률 책정에 반영한다. 이런 이유로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유럽 도박사들이 제시하는 배당률은 대체로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스포츠에는 변수가 많다. 도박사의 예측이 틀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유럽 도박업체 25곳은 모두 한국이 알제리를 꺾을 것으로 점쳤다. 경기결과는 도박사의 예상을 빗나갔다. 당시 한국은 알제리에 2-4로 패했다.

■ 골드만삭스의 AI 예측

도박업체들만 월드컵 승부예측을 하는건 아니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는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 11일 ‘월드컵과 경제’(The World Cup and Economics 2018)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F조에서 승점을 얻지 못하고 3패를 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21.6%로, 같은 조인 독일(80.5%), 멕시코(52%), 스웨덴(45.9%)에 비해 가장 낮았다. 한국과 세네갈, 파나마 세 팀의 우승 확률은 참가 32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0.1% 미만이었다. 골드만삭스는 브라질이 독일을 제치고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질의 우승 확률은 18.5%로 독일(10.7%)보다 높았다.
베팅업체에서 오즈메이커가 각종 지표로 월드컵을 분석한다면, 골드만삭스에서는 인공지능(AI)이 같은 역할을 한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월드컵부터 AI를 훈련시키는 도구인 머신러닝(기계학습)을 도입했다. 이전 월드컵에서는 과거 경기 결과를 통계모델에 적용해 각 국의 승부를 예측했다. 이런 식으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오른 국가 중 13개 팀을 맞혔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4강 중 3개 팀을 맞혔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각 팀의 정보, 선수들의 자질 등 20만 개의 모델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100만번을 반복해 16강 진출팀과 우승팀을 전망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설명이다.

[출처=게티이미지]

■ 월드컵과 주식시장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월드컵 참가 32개국 경기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연구를 통해 월드컵 결과가 주식 시장에 영향을 준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 증시 투자자가 축구 열성 팬처럼 행동하는 경향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미국 독일 등 15개국 증시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월드컵은 세계 주식 시장의 거래량을 줄이고, 주가 움직임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해당 국가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면 해당국 주식 시장의 거래횟수는 평균 45% 줄었고, 거래액수는 평균 5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해당 국가가 골을 넣는 순간에는 거래액수가 5% 더 줄었다. 당시 연구를 이끈 ECB 통화정책연구책임자 마이클 어만(Michael Ehrmann)은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은 다소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월드컵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의 증시 거래량도 감소하는 현상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마크 헐버트(Mark Hulbert) 헐버트 파이낸셜 다이제스트 창립자도 2014년 “월드컵 기간에는 주가 수익률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 알렉스 에드만 교수가 2007년 발간한 논문 ‘스포츠 심리와 주가수익률’ 연구결과를 인용해 “축구 경기 1100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패배한 다음날 해당국의 주식 시장 수익률이 평균치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출처=게티이미지]

■ 예측불허의 스포츠

골드만삭스는 ‘월드컵과 경제’ 보고서 서두에 “투자자들은 이 보고서를 투자 결정을 위한 하나의 요소로만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축구는 예측불허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런 예상은 확실치 않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도박사들과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3패를 점친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의 말처럼 여전히 우리나라의 16강행 희망은 남아있다. 언제든 이변이 일어나는 곳이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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