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러시아월드컵 깨알재미-슬로건 편


[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2018 러시아 월드컵이 대회 초반 이변이 속출하면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우승후보 독일을 이긴 멕시코,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잠재운 아이슬란드,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꺾은 일본 등 축구팬들을 흥분시키는 건 단연 선수들의 플레이다. 하지만 월드컵은 선수들만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 응원단의 박수소리, 거리의 응원 문화, 경기장의 모습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이 볼거리다. 그 중 본선 진출 32개국의 우승 의지가 담긴 슬로건은 깨알재미를 선사한다. 조별예선 1차전을 끝낸 20일 현재, 슬로건대로 역사를 쓰고 있는 팀이 있는가 하면 빈수레만 요란한(?) 팀도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참가국 슬로건.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독일-멕시코의 경기 모습.

■ 함께 역사를 쓰자 VS 승리를 위해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자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인 독일. ‘함께 역사를 쓰자(Let’s write history together)’는 독일의 슬로건대로라면 멕시코와의 1차전 결과가 그래서는 안 됐는데. 피파랭킹 1위에 빛나는 독일은 데킬라의 나라 멕시코에 취한 듯 0대 1로 맥없이 무너졌다. ‘승리를 위해 멕시코에서 태어났다(Made in Mexico, Made for victory)’는 멕시코야말로 독일을 상대로 ‘역사’를 썼다. 월드컵 본선은 물론 친선 경기와 컨페더레이션스컵 등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 없었던 대 독일을 상대로. 독일이 진짜 역사를 쓰려면 남은 두 번의 조별예선에서 이겨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직전 대회에서 우승한 팀이 다음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를 깨는 수밖에 없는데, 과연? (아, 남은 상대는 스웨덴과 한국이구나!)

18일(한국시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모습.

아시아의 호랑이, 세계를 삼켜라 VS 다함께 스웨덴을 위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의 신화를 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게 국민들은 기적을 바랐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직접 ‘아시아의 호랑이, 세계를 삼켜라(Tigers of Asia, Conquer the world)’라는 슬로건을 지어줬다. 호랑이처럼 포효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데 조별예선 1차전에서 스웨덴을 만난 ‘아시아의 호랑이’는 유효슈팅을 단 한 번도 날리지 못한 채 0대 1로 잡아먹혔다. 호랑이의 울음소리는 어디가고 그냥 우는 소리만 남았다. 삼키기에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너무 컸나 보다. ‘다함께 스웨덴을 위해(Together for Sweden)’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스웨덴 선수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16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D조 조별리그 1차전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의 경기 모습.

꿈을 위해 다함께 VS 우리의 꿈을 이루자
인구 33만 명의 소국 아이슬란드는 프로리그가 없어 선수 대부분이 투잡을 뛴다. 어쩜 슬로건도 ‘우리의 꿈을 이루자(Let’s make our dream come true)’다.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누구보다 간절할 그들에게서 ‘꿈은 이루어진다’던 2002년의 대한민국이 오버랩되는 건 오버일까. 아이슬란드는 얼음의 나라답게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의 발을 꽁꽁 묶었다. 아르헨티나는 ‘꿈을 위해 다함께(Together for a dream)’ 뭉쳤지만 ‘꿈을 이루자’던 아이슬란드를 넘어설 수 없었다.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가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11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이들의 ‘얼음 성벽’을 뚫지 못했고, PK마저 실축했다. 결과는 1대 1 무승부. 누구의 꿈이 이루어질지는 일주일 후면 알게될 터.

18일(한국시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과 스위스의 경기 모습.

■ 5개의 별, 2억개의 심장을 넘어 VS 4개의 언어, 하나의 나라
강력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은 에이스 네이마르가 침묵하면서 이변의 제물이 됐다. 브라질은 역대 월드컵에서 5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만큼 ‘5개의 별을 넘어 2억개의 심장(More than 5 stars, 200 million hearts)’이라는 슬로건 아래 2억명의 브라질 국민을 위해 뛰었지만, 스위스를 상대로 1득점에 그쳐야 했다. 반면 스위스는 ‘4개의 언어, 하나의 나라(Four languages, One Nation) ’답게 끈끈한 조직력을 내세워 브라질의 공격을 차분히 막아냈다. 인구 850만의 스위스는 2억의 브라질 국민에 그렇게 비수를 꽂았다. 

15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A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모습.

■ 싸울 시간이다 ■ 불가능은 없다 ■ 열린 마음으로 즐겨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에 2대 1로 승리하며 월드컵 역사상 남미 팀을 꺾은 첫 아시아 국가가 된 일본. 사무라이의 나라답게 슬로건부터 비장하다. ‘이제 싸울 시간이다, 사무라이 블루(It‘s time to battle, Samurai Blue!)’라는 일본의 슬로건은 마치 콜롬비아와의 경기를 두고 하는 말인듯, 일본은 콜롬비아와 리턴매치에서 4년전 완패를 깨끗이 설욕했다. 같은 H조의 세네갈은 예상을 뒤엎고 피파랭킹 8위의 폴란드를 2대 1로 격파했다. ‘세네갈에 불가능은 없다(Impossible is not Senegalese)’는데, 폴란드는 그저 ‘가자, 폴란드(Go Poland!)’만 외쳤다. 슬로건만 놓고 보면 세네갈의 완승이다.

‘사명을 받은 붉은 악마들(Red Devils on a mission)’ 벨기에는 우승후보답게 ‘두 바다의 힘을 가진 파나마(Panama the force of two seas)’를 격침시켰다. 또 하나의 강력한 우승후보인 스페인은 ‘함께할 때 우리는 무적이다(Together we are invincible)’라고 했지만, ‘갓날두’(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에 비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 개최국 러시아는 ‘열린 마음으로 즐기라(Play with an open heart)’더니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대 0으로 완파하고, 이집트를 3대 1로 제압했다. 32개 참가국 가운데 피파랭킹이 가장 낮으면서도(70위) 잇달아 승전보를 울리는 건 진짜 열린 마음으로 즐기고 있어서일까, 개최국이기 때문일까.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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