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정치’ 논란…금지하나 갈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세르비아를 상대로 골을 터트린 후, 모국 알바니아를 상징하는 독수리 세레머니를 펼친 스위스의 쟈카. [사진=스위스 축구협회]

역사 속 ‘축구 이상의 축구’
세르비아-코소보 분쟁 재조명
엘살바도르-온두라스 축구전쟁도
한국의 영토 주권 올림픽 화제로

[헤럴드경제=이혁희 기자] 광장에, 원형경기장에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정치가 있다. 사람들이 모여 열광하는 곳에 축구가 있다.

이 묘한 삼단논법때문인지 축구는 정치와 가깝다. 축구 경기장에서의 정치논쟁은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어김없이 터져나왔다.

지난 23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E조 경기에서 스위스는 세르비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숱한 조별예선 경기 중 하나였지만 이 경기는 특별했다. 득점을 터트린 스위스의 제르단 샤키리(스토크시티)와 그라니트 쟈카(아스날)의 세리머니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와 분쟁을 겪고 있는 코소보-알바니아계 이민 출신인 두 선수는 세르비아를 상대로 득점을 터트린 후, 알바니아 국기에 담긴 독수리를 상징하는 듯한 손 모양을 만들며 자축했다. FIFA는 축구장 내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FIFA는 이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검토 후 징계 등의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축구경기에서 축구 외적인 이유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축구도 문화의 한 영역인 스포츠 중 하나인 까닭에 축구 그 자체를 넘어 민족ㆍ이념ㆍ영토분쟁 등 갈등이 분출되는 것이다. 금기의 것이라도 갈망이 크기에 감행한다. 갈망의 실존은 알릴수 있기에 축구 정치의 유혹은 계속되는 것 같다.

▶세르비아의 발칸 문제, ‘베오그라드 더비’=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더비는 분열된 발칸 반도의 문제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세르비아가 유고 연방이던 시절, 공산 독재정권 하에서 공산당이 축구팀 ‘츠르베나 즈베즈다’(영어로 Red Star, 붉은 별이라는 뜻)를, 군대는 ‘파르티잔’을 각각 창설했다.

이후 즈베즈다가 극우 민족주의자 ‘아르칸’ 젤리코 라즈나토비치의 손에 들어가면서 과격하게 변질, 즈베즈다의 서포터들이 1990년대 유고 내전에 참여해 알바니아인들에 대한 잔혹한 테러를 자행하는 오점을 남겼다.

유고 연방이 분열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군 소속의 파르티잔은 연방의 분열을 원치 않았고, 즈베즈다는 세르비아만의 순수성을 부르짖었다. 1999년 파르티잔의 팬들이 터트린 홍염에 맞아 즈베즈다의 소년 팬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금도 두 팀의 더비 경기 때마다 유혈 사태가 발생하곤 한다.

▶축구가 전쟁으로, 엘살바도르-온두라스= 축구 경기장의 유혈 사태를 넘어, 국가 간의 전쟁으로 발전한 경우도 있었다. 1960년대 중남미의 엘살바도르는 가뜩이나 좁은 국토를 소수 지주들이 독점하고 있어 이웃나라 온두라스로 농민들이 월경하는 일이 잦았다. 온두라스의 땅을 불법 개간하는 엘살바도르 농민들 문제로 양국의 감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1962년 온두라스가 토지개혁을 통해 불법 경작지를 몰수하고, 엘살바도르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하면서 대립은 심화되었다. 그리고 1969년 두 팀은 월드컵 지역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되었다.

1차전은 온두라스가 1-0으로, 2차전은 엘살바도르가 3-0으로 승리했으나 당시는 골득실이나 원정 다득점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결국 제3국인 멕시코에서 3차전이 열렸다.

경기 전부터 상대가 승리하면 단교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두 팀의 3차전은 연장 혈투 끝에 엘살바도르가 3-2로 승리했다. 온두라스 정부는 정말 엘살바도르와 단교를 선언했고, 이에 엘살바도르는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를 기습 공격하며 전쟁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으나, 양국은 미국의 압력으로 100시간 만에 정전 협정을 맺었다. 그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최종 종전이 선언되었다. 결국 이 전쟁은 ‘축구전쟁’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FIFA는 이 전쟁 이후 원정 다득점과 골득실 개념을 도입했다.

▶2012 런던 한일전= 2012년 8월 11일,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에서 대한민국은 일본을 2-0으로 꺾었다. 종료 직후, 한국의 미드필더 박종우(에미리트 클럽)는 ‘독도는 우리 땅’이 적힌 종이를 관중에게 건네받은 채로 필드를 달렸다.

한국의 팬들에겐 숙명의 라이벌 전 승리 후에 더욱 통쾌함을 느끼는 순간이었겠지만, FIFA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메시지 표출을 엄금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박종우에게 동메달 수여를 보류했다. 일본 측에서 박종우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항의가 빗발쳤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징계 수위를 두고 오랜 검토가 이어졌다. 우선 IOC의 결정에 앞서, FIFA는 대한축구협회와 연관한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FIFA는 2012년 12월에 2경기 출전 정지와 3,500 스위스 프랑(한화 약 393만 원)의 벌금을 박종우에게 부과하는 징계를 내렸다.

IOC의 최종 판결은 사건이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난, 2013년 3월 12일 나왔다. 앞서 11일, 박종우는 IOC징계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정치적 의도가 없는 우발적 행위였음을 해명했고, IOC는 이 해명을 받아들여 메달을 박탈할 수준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 보류했던 동메달을 수여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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