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2018’ 김종필] 풍운의 정치 JP…‘3김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 넘기다


김종필 前총리 조문 사흘째
일본 정치인 대거 방문예정

3명의 대통령 탄생의 주역
정치인생 자체가 한국 현대사

한국 정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3金 시대’의 주역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2명의 대통령, 그리고 1명의 ‘주연급 2인자’를 배출하며 4ㆍ19와 5ㆍ16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정치를 굵직하게 써내려간 ‘3金 시대’가 마침내 역사 속으로 진 것이다. 김 전 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5일 사흘째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23일 첫날과 둘째날 국내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가운데 이날은 일본 정치인들이 조문을 올 예정이다.

25일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현대사 그 자체 JP=이완구 전 총리는 25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삶은 우리의 모습”이라며 한국 현대사에서 그가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6ㆍ25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내면서도, 너그러움과 풍류를 정치에 접목시킨 김 전 총리의 삶이다.

JP의 정치적 별명은 ‘풍운아’였다. 5ㆍ16으로 권력의 핵심에 섰지만, 2차례나 원치않은 외유를 떠나야 했다. 또 라이벌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팽(烹)’ 당하곤 했다. 2인자였기에 시련도 많았지만, 그 때문에 정치 역정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JP는 1961년 5ㆍ16 군사쿠데타로 정치에 등장했다.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현대 정치의 흐름을 뒤바꾼 것이다. 이후 중앙정보부를 만들고 직접 초대 부장에 취임했으며, 1963년에는 공화당을 창당하며 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2인자의 삶’은 결코 화려하지만 않았다. 창당 과정에서 ‘4대 의혹사건’에 연루되어 그해 첫 외유길에 오른다. 돌아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의장으로 재기했지만, 이듬해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파문의 책임을 지고 다시 한 번 외유에 올라야 했다. 이후 JP는 국무총리에서 야인까지, 박 전 대통령과 함께한 20년동안 굴곡 그 자체인 정치인생을 걸어야 했다.

5공화국 아래서도 마찬가지였다. ’권력형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된 그는 미국으로 쫓겨났지만, 1986년 총선에서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대선과 총선을 통해 정치적 ’캐스팅 보트‘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이후 3당 합당과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원했지만, 당 내 계파 싸움에 밀려 탈당했고,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잡고 내각제를 고리로 대선 승리에 이바지했지만, 또 다시 군소 정당 총재로 밀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남긴 정치 행보는 ’기록‘ 그 자체가 됐다. 30대 나이에 집권여당 대표, 40대와 70대 두 차례 국무총리, 9선 국회의원, 2차례 정계은퇴와 부활까지1961년부터 2004년까지 그의 정치 인생은 기록의 연속이였다.

▶촌철살인 달변과 여유…정치의 품격을 더했다=김종필 전 총리는 촌철살인 언변으로 특히 유명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납니다”, “ 5ㆍ16이 형님이고 5ㆍ17이 아우라고 한다면 나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있는 복이나 빼앗아가지 마시라”,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노병은 죽진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43년간 정계에 몸담으면서 나름대로 재가 됐다” 등은 한국 정치에 큰 변혁 포인트를 알려주는 말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날카롭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아닌 반성과 풍자가 됐던 그의 어록과 정치 스타일은 여러 정치인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한편 한일의원연맹 초대 회장을 지냈던 고인의 빈소에는 25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26일에는 와타나베 히데오 일한 협력위원회 일본측 대표와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 대표 등 일본 인사들이 대거 조문을 올 예정이라고 정진석 의원이 전했다. ‘준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정 의원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아들인 나카소네 히로부미 참의원이 27일 오전 7시에 열리는 영결식에 직접 참석해 자신의 아버지를 대신해 조사를 대신 읽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나카소네 전 총리는 100세 됐는데, 그동안 매년 8월에는 JP와 정기적인 만남을 가져왔고, JP가 득병한 9년 전부터는 모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10여년 이상 만남이 계속 됐다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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