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기적’ 독일전 승리의 4가지 의미

희비 엇갈린 한국과 독일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복권빈 기자]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F조 조별리그에서 조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마지막 독일전의 2-0 완승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이번 ‘카잔쾌거’는 한국축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가장 큰 수확은 대회 내내 쏟아지던 많은 비판을 찬사로 바꾼 것이다. 더불어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기록도 세계 1위를 격파한 한국의 승리를 빛내고 있다.

우승팀에 승리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독일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국가들 모두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만이 독일을 위협했다. 첫 맞대결은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은 독일을 상대로 2골이나 넣으며 분전했지만 아쉽게 2-3 패배를 당했다. 두 번째 맞대결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펼쳐졌다. 4강에서 독일을 만난 한국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0-1로 패했다. 그리고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독일은 다시 만났다. 한국은 독일에 승리를 거두며 그동안 패배를 설욕했고,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독일을 꺾은 팀이 됐다. 월드컵 상대전적 1승 2패에 골득실은 제로가 됐다.

또한 한국은 독일을 상대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아시아 국가이기도 하다. 이번 경기까지 독일은 아시아 국가에게 총 5골을 허용했는데, 이 중 4골은 한국의 몫이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독일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다.

월드컵 4번째 독일에 2골차 승리= 4번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팀답게 독일은 그동안 월드컵에서 쉽게 골을 내주지 않았다. 동서독 통일 후인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독일은 단 3번만 2골차 패배를 허용했다. 먼저 1998프랑스월드컵 8강에서에서 크로아티아에 0-3 완패했다. 2002한일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0-2 패배했고, 2006독일월드컵 4강에서는 이탈리아에 0-2로 졌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결과는 2-0 승리. 독일에게 월드컵에서의 4번째 2골차 패배를 선사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됐다. 

손흥민의 독일전 쐐기골 [연합뉴스]

독일 첫 조별리그 탈락, 주연은 한국

‘축구는 결국 독일이 우승하는 스포츠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을 정도로 독일은 확실하게 결과를 내는 팀이다. 처음으로 1938 프랑스 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을 정도다. 또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로는 매 대회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80년 만에 깨지게 됐다. 주연은 한국이었다. 1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무기력하게 패배한 독일은 2차전에서 스웨덴에 2-1로 승리하면서 다시 16강 불씨를 살렸다. 3차전에서는 이미 2패를 당해 16강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진 한국을 만났다. 완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국은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며 독일을 월드컵 사상 최악의 성적인 조 4위로 내몰았다. 독일에게 이런 월드컵은 예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쉽게 나오지 않을 듯하다.

한국 ‘우승국 징크스’에 대못 박다= 월드컵에서 전 대회 우승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을 ‘우승국 징크스’라 한다. 러시아 월드컵 이전 3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전 대회 우승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의 프랑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이탈리아,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스페인이 그 희생양이었다. 강팀이 일찌감치 떨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우승국 징크스’는 월드컵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래도 냉정하게 결과를 확실하게 내는 독일만큼은 ‘우승국 징크스’와는 무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독일을 침몰시킨 한국은 이번 대회 최고의 짜릿함과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우승국 징크스’를 한층 강력하게 만들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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