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트럼프식 협상전술과 거래의 기술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 공장 승인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공장 건설 승인 조건으로 OLED 기술 이전을 요구했다는 악성루머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7조4000억 원을 투자해 광저우에 8.5세대 TV용 OLED 패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 승인 조건으로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OLED 제조 기술이전, OLED 연구개발센터 건립, 부품ㆍ소재 현지 조달이다.

OLED 기술을 통째로 넘기라는 중국의 태도는 ‘매몰비용(sunk cost)‘을 활용한 전형적인 압박형 협상전술이다. 공사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이미 수천억 원을 투입한 LG디스플레이 상황을 노린것이다.

지난 5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 예정됐던 북ㆍ미정상 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도 매몰비용을 이용한 협상전술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월 24일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이후 2시간여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압박이나 협상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음의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균형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균형적인 시각을 잃고 수많은 기회를 발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 집착하지 말고 다른 방법이나 대안이 무엇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둘째, ‘아니다’라고 판단이 든다면 빨리 다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매몰비용의 함정은 어떤 프로젝트가 더 이상 매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에 이미 투자한 비용 때문에 계속 진행하는 잘못을 범한다. 이는 이미 낸 돈이 아까워 상한 음식일 지라도 계속 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롯데마트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200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11년 만에 사실상 사업을 접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롯데 측은 이로 인한 마트 사업 피해가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선양(瀋陽) 롯데타운 건설 프로젝트 중단, 면세점 매출 감소까지 합치면 2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전략적 판단하에 최상의 목표를 정해 놓고 나머지 전술적인 부분은 상황에 따라 즉각 변화를 꿰해야 한다.

셋째, 매몰비용의 포기를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가치 있는 정보에 대한 대가로 받아들이는 긍정적 사고방식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은 “당신이 구덩이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삽질을 그만 멈추는 것이다” 라며 우리에게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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