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혈통ㆍ출생 따라 국적 내 맘대로’, 월드컵에 72명 참가했다

[헤럴드경제 TAPAS = 김상수 기자]이강인(17ㆍ발렌시아CF)의 스페인 귀화설 논란이 일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강인 선수 부친 등을 통해 귀화를 검토조차 해본 적 없다고 일축하면서다. 국적은 한국 내 뜨거운 감자다. 한국에선 아직 혼혈선수가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적도 없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론 어떨까? 


결론적으로, 만약 이강인 선수가 스페인 대표팀을 선택했더라도 세계적으론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참가선수 전원의 출신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대표팀 국적과 다른 곳에서 태어난 선수는 58명으로 집계됐다. 대표팀 국적과 같은 곳에서 태어났지만, 혈통에 따라 대표팀 국적을 취사 선택한 인원까지 합치면 72명에 이른다.

■ 32개국 중 20개국에 포진


우선 국적에선 출생지와 혈통, 2가지 변수가 있다. 러시아 월드컵 출전 선수 중 대표팀과 다른 국가에서 태어난 인원은 총 52명으로 나타났다. 17개국이다. 현 대표팀 국적에서 태어났더라도, 혈통에 따라 다른 국적을 선택할 수 있었던 선수들도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대표팀 전원이 독일 출생이지만, 메수트 외질은 독일과 터키 중 독일 대표팀을 택했고 마리오 고메스는 스페인 대표팀을 택할 수도 있었다. 이런 인원까지 포함하면 국적을 스스로 선택한 선수는 최소 72명에 이른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국 중 20개국에 해당된다.

바꿔 말하면, 한국처럼 온전히(?) 한 국가로 꾸려진 출전국은 단 12개국에 불과하다. 러시아, 사우디, 이집트, 이란, 페루, 아이슬란드, 스웨덴, 멕시코, 파나마 등이다. 한국의 보수적인 순혈주의 개념으로 본다면, 이미 월드컵은 사실상 국가 대항전이 아니다.

■ 진정한 축구 강국은 프랑스?


프랑스 대표팀 내에선 골키퍼 스테브 만단다(콩고), 수비수 사무엘 움티티(카메룬)가 있다. 공격수 토마스 르마는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 해외 영토, 과들루프 출신이다. 특히 만단다는 동생인 파르페 만단다가 콩고 대표팀 소속이다. 형은 프랑스, 동생은 콩고 대표팀을 선택한 것. 둘은 실제로 2008년 프랑스ㆍ콩고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직접 상대하기도 했다. 올림피크 리옹의 대표 공격수인 나빌 페키르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알제리 국가대표도 선택할 수 있었다. 실제 알제리 국가대표팀 차출 명단에도 올랐으나, 그는 결국 프랑스를 택했다.

하지만 사실 프랑스가 더 놀라운 건, 자국 대표팀 때문이 아니다. 모로코, 튀니지, 세네갈을 주목해야 한다. 모로코 대표팀의 나빌 엘 자르, 마루안 샤마크, 메흐디 베나티아 3명은 모두 프랑스 태생. 튀니지나 세네갈은 더 놀랍다. 튀니지 대표팀 중 9명이 프랑스 태생인데 그 중 와비 카즈리, 무에즈 하센 등 4명은 유년 시절 프랑스 청소년 대표팀으로 뛰었다. 세네갈에서도 대표팀 중 9명이 프랑스 태생이다. 그 중 음바예 니앙을 비롯, 7명이 프랑스 청소년 대표팀 출신. 튀니지ㆍ세네갈의 러시아 월드컵에는 총 11명의 전 프랑스 대표팀 선수가 뛰고 있는 셈.

하나 더.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이과인도 프랑스 브레스트에서 태어났다(그가 아르헨티나 시민권을 취득한 건 약 10년 전인 2007년에 이르러서다).

■ 의외의 용광로 독일

러시아 월드컵 독일 대표팀 중 독일 태생이 아닌 선수는 없다. 하지만 혈통은 각양각색. 특히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다수 포함돼 있다. 제롬 보아텡은 독일인 모친, 가나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안토니오 뤼디거의 부친은 독일인, 모친은 시에라리온 인이다. 메수트 외질, 일카이 권도안은 모두 터키계 독일인. 외질은 독일, 터키 대표팀 모두 출전 가능했지만 독일을 택했다. 외질은 이슬람교도로 경기 전에도 이슬람 의식을 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독일 사회의 성공적인 사회통합 사례로도 꼽혀 수상한 경력도 있다. 독일의 대표 공격수 마리오 고메스는 스페인계(부친)다. 그 역시 이중국적 중에서 스페인이 아닌 독일을 택했다.

■ 라키티치 떠나고 샤키리 들어온 스위스


FC 바르셀로나 이반 라키티치는 세계적 미드필더이면서 크로아티아 대표 선수다. 그의 출생지는 스위스 묄린. 이중국적 중에서 그는 크로아티아를 택했고 당시 스위스 축구협회와 여론은 강하게 반발했다. 얻은 것도 있다. 2007년 크로아티아 대표팀 첫 데뷔전. 그 때부터 그는 크로아티아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선택지 중에서 스위스를 택한 선수도 상당하다. 스위스 대표팀 중 타국 출생 선수는 총 8명. 그 중엔 세르단 샤키리도 있다. 사키리는 코소보 출생. 알바니아계 부모에서 태어난 사키리는 가족과 함께 코소보를 떠나 스위스 바젤로 이주했고 이후 스위스 대표팀으로 활약했다. 요안 주루는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출생이고 브릴 엠볼로는 카메룬 야운데에서 태어났다.

■ 무려 7개 국적 중 골랐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벨기에에선 아드난 야누자이, 나세르 샤들리가 있다. 알바니아계 혈통인 야누자이는 출생국 벨기에, 부모 고향인 코소보, 혈통인 알바니아 중에 선택이 가능했다. 또 모친의 이중국적 국가인 크로아티아 역시 가능. 조부모에 따라 터키, 세르비아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영국 귀화를 원했다(영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하면 영국 대표팀에서 뛸 수 있다). 무려 7개 국적 중에서 고민했던 야누자이다. 하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벨기에였다. 일본전에서 극적인 골을 넣은 벨기에 대표팀의 샤들리는 사실 2010년만 해도 모로코 대표팀 소속 선수였다.

잉글랜드의 라힘 스털링도 출생은 자메이카 킹스턴이다. 그는 5살 때 영국 생활을 시작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발탁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스털링은 “영국 대표팀을 결정했지만, 만약 자메이카가 날 원했다면 왜 안 갔겠느냐”고도 말하기도 했다.(글쎄, 갔을까?)

■ 호주 일본도 있다

아시아권에서도 있다. 호주 대표팀의 밀로시 데게네크는 크로아티아 출신이고, 마시모 루옹고는 이탈리아 부친, 인도네시아 모친에서 태어나 호주,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 총 3개 국적이 있다. 소위 ‘권투 세레모니’로 유명한 팀 케이힐은 사모아인 모친, 아일랜드계 부친 사이에서 태어났고 청소년 시절 서사모아 대표팀으로도 뛴 적 있다. 일본 대표팀 수비수 사카이 고토쿠(주전인 사카이 히로키가 아니다)는 미국 뉴욕 출생이다. 독일계 일본인으로 모친이 독일인.

■ 이들로 대표팀을 꾸린다면?


출신ㆍ혈통에 따라 대표팀을 골라 선택한 이들만으로 11명을 꾸린다면? 키퍼 만단다(프랑스), 수비는 페페(포르투갈), 움티티(프랑스), 마스체라노(아르헨티나). 미드필더는 티아고(스페인), 외질(독일), 라키티치(크로아티아), 페키르(프랑스). 공격수는 스털링(잉글랜드), 코스타(스페인), 니앙(세네갈). 후보로는 권도안(독일), 야누자이(벨기에), 샤키리(스위스), 고메스(독일) 등이 있겠다. 대략 이 정도로 어마무시하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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