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감원장이 금융사를 범죄집단으로 몰아서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금융감독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 자영업자·서민 등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투명ㆍ공정한 금융시장 질서 확립,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금융감독 역량 강화 등 5대 부문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대형 보험대리점(GA)의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의무화, 금융회사의 각종 수수료나 보수 체계 점검 및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 등 17가지의 세부계획들이 나열됐다.

윤 원장은 이밖에도 종합검사제를 부활하는 한편 키코(KIKO) 사건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경영승계 계획 등도 집중 점검키로 했다. 이른바 ‘셀프 연임’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 ‘금융회사 내부통제 혁신 대책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하고 보험회사의 계열사 투자주식 과다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따져 이에 상응하는 자본을 요구하는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윤 원장은 ”근로자추천(노동)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 개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노동이사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로 그 방향성이 정해지면 금융권도 그대로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한데 따른 것이다. 모양상 권커니 받커니 하는 형태지만 실은 최 위원장이 수동적 반영 자세인데 비해 윤 원장은 적극적 추진을 천명한 것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들은 일부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소비자 보호에서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표현한 것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잘못이 있으면 찾아내서 지적하고 처벌하며 시정해나가면 될 일이다. 그게 금융감독원의 고유임무다. 전쟁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해야 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그런 표현 자체만으로 모든 금융사들은 싸잡아 범죄집단으로 만들어 버린다. 더불어 원장을 필두로 금감원 임직원들은 혁명 전쟁을 치르는 투사가 된다. 금감원이나 금융사 모두에게 부담이다.

물론 금융사들이 이같은 대접을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1만건이 넘는 일부 은행의 대출금리 오류는 단순 일탈이라고 보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보험사들이 수많은 보험금 지급 분쟁에서 소비자 보호의 관점보다는 이익 확보나 비용 감소 차원으로 접근했다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금감원의 금융감독 개혁이 범죄소탕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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