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까지로 본 ‘미스터 션샤인’, 기대요소와 우려요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처음부터 엄청난 기록을 남기고 있다. 1회 시청률이 8.9%, 2회가 9.7%를 각각 기록했다. tvN 역사상 드라마 시청률로는 최대치다.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때 콤비를 맞춘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의 합작품인 만큼 기대치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2회까지 공개된 상황을 바탕으로 보면 기대요소와 불안요소가 있다.

웅장한 영상미와 세련된 연출은 이미 증명됐다. 2회만으로 이응복 PD의 연출력과 촬영감독은 능력을 입증했다. 영화 못지 않았다. 430억원 프로젝트의 예산이 어디에 투입됐는지 알만했다. 간혹 외국인들의 ‘발연기’가 눈에 띄었지만 미드(미국 드라마)가 연상되기도 했다.

김은숙 작가는 ‘파리의 연인’때부터 트렌디 드라마(로맨스물)의 최강자다. 현실적인 트렌디보다는 판타지가 가미된 트렌디물에서는 국내 1인자다. 오글거리는 대사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대중 취향 저격이니 뭐라고 말하겠는가. 거의 모든 작품이 트렌디물이고, ‘시티홀’ 정도가 장르적 성격을 약간 가미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김은숙 작가는 김원석 작가와 협업을 했던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로 트렌디물의 외연을 넓히는 진화를 이뤘지만 본격 서사물은 이번에 처음 도전했다. 김은숙 작가는 주위에 “지금까지 쓴 작품중에서 최고로 잘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 션샤인’은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구한말, 신미양요와 미서전쟁 등 격변기 상황의 큰 사건들을 다루다 보니 산만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사(前史)와 앞으로 활약할 영웅들의 등장만 있고 아직 인물들간의 관계는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응복 PD가 “일제강점기, 특히 1930년대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많았지만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기 직전 항거 기록은 별로 없었다. 독립운동의 시초가 된 의병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관심의 시작이다”고 했다.

소재를 선택한 것은 충분히 이해될만하다. 성공하면 대중문화에 미칠 영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다단하고 다종다기한 이 시대를 몇몇 인물들만으로 입체적으로 끌고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방향을 조금 잘못 잡으면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한 어설픈 범작(凡作)이 될 수도 있다.

제작진은 이병헌과 김태리를 통해 시대적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김판서(김응수) 집 노비의 자식으로 주인의 탐욕에 의해 부모를 잃고 미국 배를 타고 미국에서 군인이 돼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와, 할아버지는 사대부이고, 부모는 독립운동 하다 죽은 후 “글은 힘이 없습니다. 저는 총포로 할 것입니다”라고 맞선 고애신(김태리), 이 두 인물은 입체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좋은 재료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물들간의 관계와 서사와 물려 당시 시대상을 조명하면서 의병을 어떤 식으로 부각시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록해야 할 의병. 노비로, 백정으로, 아녀자로, 유생으로 살아가던 그들이 원한 단 하나는 조선의 주권이었다. ‘미스터션샤인’은 이름 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통쾌하고 묵직한, 웅장하고 숭고한 항일투쟁사다.”

‘미스터 션샤인’의 기획의도다. 구한말 의병이 기억되어야 함은 누구나 안다. 친일파들의 득세속에 의병으로 독립운동을 한 행위는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지금 대중의 가슴속에 남게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계산으로는 도저히 시도할 수 없는, 어쩌면 무모한 의병 활동을 하게 되는 힘과 그 정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제작진이 미국 군인의 내레이션으로 신미양요의 광성진 전투에서 “조선 병사들은 열세임에도 한 명도 도망가지 않았다”라고 한 것은 일종의 취사선택이다. 제작진이 하려는 말의 범위를 조금씩 줄여나간 것이다. 실제로 어재연 장군과 부하들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다 의로운 죽음을 맞았다. 총알이 없어 탄피를 던졌다는 말도 있다. 


‘미스터 션샤인’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것도 기대요소다. 이병헌이 연기 잘 하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이병헌의 연기에 대해서는 이제 논외(論外)다. 그런 가운데 여주인공 김태리의 연기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신인인 김태리는 드라마에서는 데뷔전이다. 김태리의 연기는 시청자를 집중시키게 하는 힘이 있었다. 눈빛 연기는 앞으로도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뚜렷한 발성에 좋은 목소리, 연기 카리스마까지 느껴졌다. 이병헌과 맞붙어도 존재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 구동매(유연석), 쿠도 히나(김민정), 매국노 이완용이 겹쳐지는 이완익(김의성), 신미전쟁때 조선 사냥꾼인 아버지를 잃고 김태리에게 사냥술을 가르치는 장승구(최무성)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할만하다.

하지만 이병헌과 김태리가 20살 차이나는 로맨스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살얼음을 걷는 요소다. 로맨스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지닌 이병헌은 연기로는 ‘갑’이지만 멜로로는 ‘을’이다. 이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잠복돼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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