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마사지엔 죄가 없다

통계는 과학의 문법이다. 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통로라고도 했다. 학자들이 이론을 설파하고 관료들이 정책을 관철시키는데 주로 사용하는게 통계다. 하지만 통계는 비키니를 입은 여자와도 같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정작 핵심적인 부분은 감춘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학자나 관료나 죄다 통계자료를 곧이곧대로 분석하는 건 아니다. 예측해놓고 맞추는 일이 허다하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하고 알맞는 수치만 가져다 쓴다. 사실 그건 효율의 문제다. 통계의 바다에서 마사지는 거의 상식이다. 심지어 일종의 애교다.

오죽하면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세가지 거짓말중 하나로 통계를 꼽았고 (나머지 두가지는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다) 앤드류 랭은 통계자료를 술취한 사람 옆에 있는 가로등이라 했겠는가.(취객에게 가로등은 어둠을 밝혀주는 도구가 아니라 지지대로 쓰인다)

하지만 마사지가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누구나 그러려니 인정하는 정도가 경계다. 경계를 넘어서면 이미 마사지가 아니다. 편향이고 왜곡이며 심지어 조작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발각되면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 학자는 매장되고 이론은 사장된다. 그래도 학계에선 그게 끝이다.

하지만 정책에선 문제가 다르다. 실질적 손해가 발생한다. 그것도 국민들의 손해다. 경제에 극심한 타격이고 피같은 세금이 새 나간다. 사레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가 벌어졌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는 MB정부 시절 투자한 사업의 회수율이 114%나 된다고 했다. 야당이 13.2%라고 주장한데대한 반박이었다. 회수 예상액을 포함시켰느냐에따라 이런 차이가 났다. MB정부 시절 어마무지한 해외투자 사업에서 엄청난 손실을 본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통계 마사지가 들통나는 일이 너무 잦다. 올해 1분기 소득분배가 더 악화됐다는 통계청 자료가 나오자 청와대는 하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90%의 소득증가율이 높아졌다며 소득개선을 강변했다. 하지만 직장을 잃고 소득이 없어진 사람들을 빼고 계산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른게 이달초다.

그로부터 얼마후 한국수력원자력은 2015년부터 3년간 월성 1호기의 가동률이 57%밖에 안돼 경제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경주지진 사태와 점검으로 불가피하게 가동중단된게 이 기간중 1년이 넘는다. 조기폐쇄의 근거로는 누가봐도 영 아니다.

또 불과 며칠 후 정부는 “한국은 보유세가 낮다”고 했다. OECD 국가의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평균 1.1%인데 한국은 0.8%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유세는 거래세를 빼고 얘기해선 안된다. 둘은 마치 샴쌍둥이와 같다. 한국의 거래세 세수 비중은 3.0%다. OECD 평균(0.4%)의 7.5배나 된다. 두개를 합하면 한국과 OECD의 세수 비중은 3.2~3.3%로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정부 시나리오엔 보유세 인상만 있고 거래세 인하는 없다.

이쯤되면 마사지의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러나 저러나 마사지엔 죄가 없다. 마사지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print close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