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고용쇼크] 경직된 고용환경 옥죄고…규제에 발목 잡혀 일자리 ‘질식’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이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 전후에 머무는 등 일자리 상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후반 ‘에코세대’ 고용시장 본격 진입 시기
親노동정책 과속양상 겹쳐 고용시장 환경 악화
근로시간 단축 통한 일자리나누기도 여력 부족
기업자유도 獨 수준 개선땐 22만여개 고용창출

정부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외치지만 고용시장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시장 침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당국은 1990년 초ㆍ중반에 태어나 이제 20대 후반이 된 ‘에코세대’가 향후 3~4년 사이 40만명 가량 늘어 고용시장으로 쏟아져 나와 ‘고용절벽’이 발생할 것이라는 인구학적 해석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의 해석은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일자리가 늘어나기 힘든 고용환경의 악화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과속 양상까지 치닫고 있는 친(親)노동 정책이 되레 일자리 확대를 발목잡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자리잡은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올려 소비와 생산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국회 질의에서 “최저임금이 고용ㆍ임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찾기에는 아직 시간이 짧다”면서도 “저의 경험이나 직관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ㆍ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최대 8만명, 2020년에는 최대 14만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도 고용 여건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여당이 드라이브를 건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확대를 목표로 했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모양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 중 37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의 대응계획(복수응답)으로 ‘신규인력 채용’이라고 답한 비율은 27.7%에 그쳤다. 이에 반해 ‘생산성 향상 대책’이라는 응답은 74.1%로 가장 많았고, ‘일부 업무 외주화’도 12.5%를 차지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는 매출에 악영향을 미쳐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켜 결국 정상적인 고용마저 회피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기업들의 대응은 정부가 의도한 일자리 확대라는 결과물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근무환경에 있던 비효율을 제거하고 생산공정의 자동화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방침”이라며 “당장 일손이 모자를 수는 있겠지만, 요즘처럼 경직된 고용환경에서 신규인력을 채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지부진한 규제개혁에 따른 기업의 신규투자 감소도 일자리 창출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지부진한 규제개혁 속도는 정부 내에서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잇따라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결과를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각종 법ㆍ제도 등 규제에 막혀 신규 고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한경연의 ‘기업규제 자유도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규제 자유도가 산업구조가 비슷한 독일 수준으로 개선(15위→9위)되면, GDP가 1.7% 높아지는 것과 함께 약 22만1000개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고용환경 악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이 마음놓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고용 쇼크‘를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라고 주문한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와 그에 따른 자발적 실업 심화는 추세적 요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각종 고용관련 제도 변화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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