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유엔 인권 권고에 ‘내로남불’式 대응

[사진=헤럴드경제DB]

-北 비판 땐 유엔 특별보고관 적극 활용하더니…
-집단탈북 여종업원 조사ㆍ북송 권고엔 묵묵부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통일부가 유엔 차원의 인권문제에 대한 권고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통일부는 11일 지난 2016년 4월 중국내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다 집단탈북한 여종업원들의 입국 경위와 관련해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했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탈북 여종업원들의 입국 경위를 묻는 질문에 “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외에 추가적으로 언급할 사안은 없다”고 답변했다.

지난 5월 언론을 통해 기획탈북 의혹이 제기됐을 때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날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탈북 북한식당 지배인과 종업원들과 면담을 가진 뒤 연 기자회견에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이들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한국에 오게 됐다”면서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받지 못하고 기만을 당해 한국에 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힌 것과 전면 배치된다.

특히 킨타나 보고관은 일부 여종업원의 기획탈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향후 거취와 관련해 “이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며 “만약 북한 송환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의 의사는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엔 고위관계자가 기획탈북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 그리고 조사 결과와 본인 의사에 따른 북송을 권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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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변인은 킨타나 보고관의 발표와 정부 입장이 다른 것이냐는 질문에도 “현 상황에서 기존 입장과 변한 것이 없다”면서 “이외에 달리 말씀드릴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문제는 통일부의 이 같은 태도가 그동안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활동과 발표를 토대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던 모습과 큰 간극을 보인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방한할 때마다 장관이나 차관 등 고위당국자가 면담을 갖고, 활동과 발표 내용을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비판의 주요 근거로 활용해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15년 2월 당시 통일부 대변인은 공개석상에서 북한을 향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수용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대북소식통은 “통일부의 입장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활동을 유리하면 받아들이고 불리하면 회피한다는 인식을 주고,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정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탈북 여종업원 문제가 내부적으로나 남북관계에서나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조속히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2014년 4월8일 4ㆍ13총선을 코앞에 두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 소식을 앞장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올해 기획탈북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종업원들과 면담조차 갖지 못했다고 해명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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