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1인체제


우리 사회는 유행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사이클이 매우 빠르다. 트렌드는 끊임없이 바뀐다. 트렌드가 아닌 현상도 언론과 출판계가 트렌드라고 호들갑을 떨면 트렌드라고 믿게 된다. 없는 트렌드도 만들어내는 식이다. 해마다 대한민국 트렌드라는 제목으로 두꺼운 책이 발행되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 같다.

최근 한국여가문화학회 콜로키움이 <‘개인화된 사회성’의 등장, 그리고 ‘1인 체제’>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발제자는 <2018 대한민국 트렌드> 저자인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였다.

1인가구라는 말이 유행한 지는 오래됐다. 이제는 1인체제라는 말을 쓴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만 1인가구처럼 나혼자 충분히 잘 사는 젊은이들이다.

스마트폰이 이들의 인간관계를 크게 바꿨다. 이들은 선배에게 관심이 없다. 옆사람에게도 관심이 없다.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물어보지 않는다. 궁금하면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친목 도모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냥 친해지려고 만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는 동창회나 동문회, 향우회는 없어지고 있다. 모임의 목적이 좀 더 뚜렷해져야 한다. 모임도 2차는 없다. 콜로키움에서도 1~2차가 결합돼 발표장에 다과와 맥주까지 비치해놓았다.

‘내가 원치 않는’ 인간관계, ‘감정을 쏟는’ 인간관계는 피하려고 한다. 때에 따라 커피 한잔의 기프티콘 쏘아주면 인간관계를 잘 하고 있다고 믿는다.

젊은 사람들의 이런 성향을 모르는 기업의 팀장은 단톡방에서 팀원이 퇴장만 해도 서운해한다. 사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다. 기성세대에게 커피샵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갔다면, 젊은 세대는 스타벅스에 공부하거나 음악을 들으러 간다.

윤덕환 이사는 타인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1인체제의 시사점을 던졌다. 인간의 감정은 총량이 있어 남이 아닌, ‘나’에게 감정을 쓰고, SNS도 관계확장 도구가 아니라 콘텐츠를 고객이 좋아할만한 방식으로 선별해 보여주는 ‘큐레이션’의 플랫폼이 된다는 것, 그럼에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철저히 개인화된 사회성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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