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월 50만원 더 준다고? 문제는 ‘돌봄’이다

[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돌봄만 완벽히 보조해줘도 여성경력단절, 출산률저하, 인구감소 같은 문제들이 해결될 텐데 왜 이 나라는 유럽처럼 못 해요?”

지난 5일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직후 엄마들은 대체로 ‘답답해’ 했다. 고용보험 미적용자에 90일간 월 50만원씩 출산지원금 지원, 1세 아동 의료비 66% 경감, 남성 육아휴직 급여 상한 50만원 상향 등 금전적 지원책이 가득했으나, 진짜 필요한 ‘돌봄’ 문제의 해결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책에는 아이돌보미 지원 대상과 돌보미 인원을 확대하거나 육아기 아동을 둔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도 포함됐으나 ‘이 정도로는 택도 없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찾아봤다, 아이를 돌봐줄 곳이 얼마나 부족해서 ‘아이는 낳지 않는 게 답’이라고 하는지.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2세 이하 아동의 수는 580만 명, 12세 이하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정은 380만 가구에 달한다. 작년 12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부의 맞벌이 비율이 51.3%(6세 이하 아동 부부의 맞벌이 비율 41.6%)이니 380만 가구 중 최소 150만 이상의 맞벌이 가정이 돌봄을 필요로 한다. 이마저도 외벌이 가정은 온전히 가정에서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는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서다. 


■ 방문돌봄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로는 ‘아이돌봄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돌보미는 직접 가정을 방문해 아이와 놀아주고 먹을 것을 챙겨준다. 유치원이나 학교 등ㆍ하교에도 도움을 준다. 시간당 7800원에서 1만140원의 비용이 들지만, 3인가구 기준 월 소득이 442만원 이하면 연 600시간 내에서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국에 등록된 아이돌보미는 2017년 기준 2만878명, 서비스 이용 가구는 6만3546가구에 그친다. 돌보미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보니, 아이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맡기기 어렵다. 한 아이돌봄지원센터 담당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돌보미가 50대 여성이고, 의무교육 80시간을 이수하긴 하지만 최신 육아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수준의 보육을 바라서도 안 된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정부 지원 대상을 기존 월 소득 442만원에서 553만원 이하의 가정으로 확대하고 돌보미 숫자도 4만3000명으로 늘린다지만, 아무리 시간제 서비스라도 12세 이하 자녀를 둔 380만 가구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 

■ 학교돌봄

초등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전국 초등학교에 설치된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돌봄교실에서는 아이가 교사나 지도사의 지도 아래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고, 보드게임ㆍ종이접기ㆍ음악ㆍ줄넘기 등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6시30분부터), 오후(방과후~오후 5시), 저녁(오후5시~10시) 시간대별로 아이를 맡아주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현재 돌봄교실의 수는 6054개 초등학교 내 약 1만2000실, 이용 아동 수는 초등생 267만명 중 24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한 학교에 두 교실 꼴이라 수도권 일부 학교에서는 경쟁률이 2대 1에 이르고 맞벌이나 저소득층이 아니라면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 안내와 다르게 오전ㆍ저녁돌봄을 제공하는 학교도 찾기 어렵다. 1~2학년 위주만 운영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 정부는 지난 4월 초등돌봄을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3500실 증설 등 이용 규모를 34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마을돌봄

가정 방문이나 학교 외에도 지역아동센터, 방과후 어린이집,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등을 통해 마을의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만 18세 미만의 아동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는 작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4189개소, 입소 인원은 정원의 90%인 10만8578명 수준이다. 초등학생을 보살피는 방과후 어린이집은 전국에 269곳, 이용 아동은 2631명에 그친다. 일반 어린이집까지 포함하면 서비스를 이용한 초등생은 5964명으로 늘어나지만 충분하다 말하기 부끄러운 수치다. 초4~중3에 해당하는 아동이 공부하는 데 도움을 받거나 자기개발 및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역시 전국 260곳에서 1만333명이 이용했을 뿐이다.

마을 돌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문제 외에도 가난이나 결손을 입증해야만 돌봄을 먼저 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도서관ㆍ주민센터 같은 지역 내 공공시설을 활용해 5년내 10만명의 아동을 추가로 돌본다는 계획이지만, 보통의 맞벌이 부부 수요엔 턱없이 못미친다.


■ 문제는 인프라

“직접 육아해보면 돈 얼마가 문제가 아닌 걸 알 텐데 정부가 몰라도 한참 몰라요. 공무원도 아이들이 있을 텐데, 왜 자꾸 엄마들 커피값 채우는 정책만 내놓는지, 부모들이 정말 뭐가 필요한지 모르는 걸까요?”

늘어나는 수당이나 지원금으로 아이를 돌볼 ‘아줌마’를 쓰면 되지 않느냐는 허무한 소리도 있다. 문제는 믿고 맡길 그 ‘아줌마’를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정부가 신원을 보장하는 확실한 돌봄 서비스에 더욱 목 매달게 되는 것이다.

물론 돌봄서비스나 시설이 많아진다고 여성의 경력단절이나 출산률 저하 문제가 곧장 해결되는 건 아니다. 돌보미나 지도사의 자격과 돌봄의 내용이 업그레이드 돼야 하고, 아이를 키울 만한 사회의 안전망도 담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돌봄시설이 “학원 가기 전 간식만 받아가는” 정거장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는다면, 어설프게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정부는 합계출산율 1명 이하라는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고 ‘한국에선 아이를 안 낳는 게 답’이라는 2030세대의 말을 실감하게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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