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동차 산업] 자금난에 협력사 부도위기…車산업 시동 꺼지나


‘리한’ 워크아웃…2008년이후 처음
美 관세폭탄 현실화 땐 ‘줄도산’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도 악재

한국 자동차업계가 국내외 안팎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굳건했던 1차 협력업체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며, 업계에선 자동차 산업 생태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의 자동차 흡기 및 연료계 시스템을 생산하는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지난달 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는 지난 2월 2차 협력업체인 엠티코리아가 서울회생법원에서 매각절차에 들어간지 약 6개월만의 일이다.

리한은 지난해 현대ㆍ기아자동차의 판매량 급감으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자사 생산 부품이 일부 리콜 대상에 포함되며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1차 협력업체 300여곳 가운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산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사실상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리한의 지난해 매출은 약 1800억원. 당기순손실은 81억원이었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위기에 협력업체도 덩달아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야 대응력이 있으니 대내외 위기에도 심한 홍역을 치르는 수준이지만 협력업체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라고 전했다. 2차 협력업체에 이어 1차 협력업체의 도산 직면에 부품업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데다 내수 시장에선 수입차들에게 치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와 올 초, 중국 사드(THAAD) 보복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거센 폭격을 맞았다. ‘설상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 및 부품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며 불안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및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의 대미(對美) 수출 물량은 104만2775대로 연간 수출량인 253만194대의 41%를 차지한다. 10대 중 4대가 미국으로 수출된 셈이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40만1776대로 가장 많고, 그 뒤를 기아차 35만4949대, 한국지엠(GM) 16만492대, 르노삼성 12만5558대 등의순이다.

대부분 미국 시장에서 대중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는 업체들로,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25%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국내 자동차 수출과 생산이 줄어들어 1차 협력업체들까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군산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며 GM 본사와의 거래를 확대해온 한국지엠 협력업체들 입장에선 ‘청천벽력’같은 상황이다. 25%의 관세 부과로 납품가가 상승하면 GM과의 거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발 ‘관세 폭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압박 등 경영 환경을 뒤흔드는 요인이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산업용 심야 전기료 인상까지 예고하며 자동차업계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분기 업종별 전력소비 비중을 살펴보면 자동차 산업(6.4%)은 ▷반도체(16.7%) ▷철강(16.4%) ▷화학(13.6%)에 이어 4번째로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ㆍ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4사에서 자동차 생산에 따른 전력사용량은 1800만MWh로 3840억원 이상의 전기료를 지불했다.

박혜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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