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유해송환 장성급회담…되살린 대화의 끈

-北, 군사채널 복원 이어 장성급대화 나서

-지지부진 비핵화협상에 긍정적 영향 기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과 유엔군사령부, 사실상 미국 측이 15일 6ㆍ25전쟁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장성급회담을 열고 대화의 끈을 이어갔다.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판문점에서 6ㆍ25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숨진 미군 유해 송환 관련 협의에 들어갔다.

미국 측에서는 공군 소장인 마이클 미니한 유엔사 참모장이 협의에 나섰다. 북한 측에서는 중장급(우리의 소장격) 인민군 장성이 대표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유엔사가 15일 판문점에서 6ㆍ25전쟁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장성급회담을 열었다. 미군 차량이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유엔기를 달고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북한 측 장성은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KPA) 소속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과 유엔사 간 장성급회담은 2009년 3월 이후 9년4개월여만이다.

양측은 이전까지 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정전협정 준수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과 유엔사, 사실상 미군 측 간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이행하는 차원이다.

북미간 미군 유해 송환 협의 결과는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보장 등을 논의할 후속 비핵화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번째 평양행 이후 ‘빈손 방북’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회의론마저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각별한 의미를 두는 전사자 유해 송환이 이뤄진다면 분위기 반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장성급회담은 애초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미군 유해 송환 실무회담이 북한의 불참으로 무산되고, 북한이 다시 급을 높여 장성급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한데 이어 미국이 수용하면서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미는 지난 12일 실무회담을 열고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노쇼’(No-Showㆍ예약하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음)로 열리지 못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 번째 평양행이 가시적 성과 없이 마무리되고 북미 실무회담마저 무산되는 바람에 한때 북미 비핵화협상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실무회담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 정치적 의도라기보다는 기술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는 잦아든 모습이다.

실제 북한은 12일 남측을 통해 다급하게 연락을 취해 양해를 구하면서 유엔사와 직접 전화회선 연결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지난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일방적으로 끊었던 판문점 북측 통일각 북한군 사무실과 남측 유엔사 일직 장교사무실 연결 직통전화가 복원됐다.

북한군과 유엔사 사이 직통전화 복원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미간 군사채널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북한이 유엔사와의 직통전화 복원에 이어 유해 송환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의 급을 높여 장성급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 역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대북소식통은 “북측이 대화 상대로 유엔사 장성급을 요구한 것은 정전체제를 환기시키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요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유해 송환과 함께 북미 관계정상화와 싱가포르 공동선언 이행에 무게를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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