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아이돌음악·팝송…옥콘, 종합선물세트 였네


옥주현 데뷔 20주년 음악회 성황
15~16일 460분 러닝타임 64곡 선보여
‘오페라의 유령’ 가창력에 객석 ‘탄성’
직접 곡 해석·악기설명 관객 ‘색다른 경험’
개인 연습실 무대로 옮긴 듯한 코너 이채

옥주현의 데뷔 20주년 음악회 ‘To Fly HigHER’가 15일, 16일 양일간 세계적인 수준의 클래식 전용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옥주현은 양일간 총 46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64곡을 선보이며 ‘20주년을 맞이하여 선물 같은 공연을 만들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성악도를 꿈꾸던 학창시절을 거쳐 아이돌 핑클의 리드보컬, 솔로 가수, 독보적인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옥주현의 지난 20년이 오롯이 담긴 시간들이었다.

많은 관객들이 꼽는 ‘옥콘’만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옥주현의 시각으로 들려주는 음악적 해설이 있다는 것. 이번에는 웅장한 파이프오르간 연주와 함께 시작했다. 대형 뮤지컬 공연에서도 전자음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귀한 악기이기에 ‘꼭 들려 드리고 싶었다’며 뮤지컬 ‘팬텀’의 대표곡 ‘The Phantom of the Opera’를 가창하는 순간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신디사이저와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직접 비교해 들려주며 그 차이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옥주현의 개인 연습실을 그대로 무대로 옮겨 놓은 듯한 코너도 마련됐다. 핑클 시절부터 옥주현의 보컬 트레이닝을 담당해 온 한원종과 함께 피아노를 앞에 두고 곡을 선정하고, 편곡하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실제 무대로 구현하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무대에 올렸다. 가수 옥주현의 치열한 음악적 성찰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은 하늘 나라에 있는 DSP 이효연 대표와의 핑클 시절 추억을 이야기한 것도 단순히 이 대표를 그리워하는 차원을 넘어 두 사람 사이의 에피소드를 통해 음악을 성숙시켜나간 과정을 말해준 것이었다.

한 관객은 “가수가 곡의 의미를 해석해주는 것을 듣는 경험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해석을 듣고 나면 다르게 들린다”면서 그 대표적인 무대로 1부에서 불렀던 헨델의 오페라 ‘울게 하소서’를 꼽았다. 피아노가 상용화되기 이전의 악기였던 하프시코드가 특별히 연주됐던 곡이다. 노래를 잘하는 것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 이야기와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건 가수이자 배우인 그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공연은 티켓 오픈과 함께 매진을 기록하며 ‘이번엔 완전히 새로운 컨셉의 공연이 될 것’이라 선언해 화제가 됐던 공연이었다. 전방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가 연출로, 베테랑 김문정이 음악감독으로 나서 더욱 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선곡은 20년간 옥주현 인생의 한 자락을 차지했던 음악들로 채워졌다. 데뷔 시절로 돌아가 핑클의 ‘블루 레인’을 재즈, 소프라노 등 다양한 버전으로 새롭게 불렀고, 첫 솔로곡이었던 ‘난’도 무대에 올랐다.

옥주현의 음악적 성향을 담은 다양한 가요와 팝송도 불렀다. 가수이자 뮤지컬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됐던 ‘나는 가수다’ 경연 참가곡인 ‘천일동안’을 열창했을 때 객석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레베카’와 ‘마타하리’ 등 뮤지컬 배우로서 가장 큰 사랑을 받게 된 의미 있는 곡들도 뒤를 이었다. 특별곡으로 준비한 ‘Never Enough’를 부를 때는 ‘위대한 쇼맨’ 영화 속 명장면 그 이상을 표현해 내며 최고의 디바로 위상을 뽐냈다. ‘치유’라는 키워드에 방점을 찍고 ‘음악회’라는 컨셉을 선택한 기획의도는 적중했다. 관객들의 후기에는 유독 ‘힐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전과는 달리 가수 옥주현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곡들이 선정돼 화려한 연출보다 음악 그 자체에 빠져드는 시간이 됐다. ‘롯데콘서트홀’을 공연 장소로 선택한 것도, 가수 중심의 무대 디자인도 한 몫 했다.

연출자인 정구호는 흰 천을 날개처럼 펼쳐 무대 양쪽에 드리웠다.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모든 시선이 옥주현에게 쏠리도록 극적으로 연출했다. 음악이 바뀔 때마다 거대한 날개 위로 아름다운 영상들이 비쳐지며 분위기를 더했다.

옥콘은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으로도 유명하다. 양일간 오르가니스트 김강, 팬텀싱어2 우승팀 포레스텔라, 발레리나 김주원, 발레리노 이현준,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자이언티, 한동근, 보컬 트레이너 한원종이 참여했다. 지금껏 작품을 통해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마이클 리와의 ‘꿀조합’이 특히 이슈가 됐다.

자이언티와 부른 레드벨벳의 ‘Bad Boy’, 발레리나 김주원, 발레리노 이현준과 함께 연출한 방탄소년단 ‘Fake Love’,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 무대 역시 이색적이었다.

무대를 마친 옥주현은 “꿈이 생겼다. 목소리뿐 아니라 몸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20년이라는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더 좋은 무대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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