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파는 시대 ①] 옛날 판매방식으론 죽는다…‘즐거움’을 팝니다

치열해지는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 유통점들이 ‘색다른 쇼핑 체험’에서 경쟁력을 찾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가 지난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선보인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 모습. [제공=이마트]

-유통시장 경쟁 격화 속 ‘색다른 쇼핑체험’ 각광
-삐에로쑈핑, 기존 유통점과 매장 동선ㆍ상품 구성 차별화
-CJ올리브마켓 내 간편식 자판기…새로운 식문화 체험 제공
-가전양판점, 스포츠브랜드 등도 체험요소 접목해 변신 중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뻔한 쇼핑은 가라.’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 유통점들이 ‘색다른 쇼핑 체험’에서 경쟁력을 찾고 있다. 온라인 쇼핑채널이 유통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가운데, 단순 경제성이나 편의성 만을 따져서는 이들과 승부가 어렵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소비자와 적극 소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의도도 읽힌다.

18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문을 연 잡화점 ‘삐에로쑈핑’은 기존 할인점과 차별화한 쇼핑 경험을 표방하고 나섰다.

마구잡이로 쌓아놓은 듯한 물건들, 사람이 많을 때는 어깨가 스칠듯한 좁은 통로…. 이 모든 것이 계산된 콘셉트다. 쇼핑 편의성이나 가격 경쟁력보다 새로운 쇼핑체험 제공에 초점을 뒀다. 빽빽하게 들어찬 상품들 틈에서 보물찾기 하듯 ‘득템’하는 재미, 여기에 색다른 상품 구색이 쇼핑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실제로 기존 대형마트와 겹치는 품목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오픈 19일째인 지난 16일까지 삐에로쑈핑을 찾은 방문객 수는 19만7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루 1만명 이상 방문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낯설어하기도 하시는데 10~20대 등 젊은층은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이 CJ올리브마켓에서 HMR 전용 벤딩머신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자사 식품을 직접 판매하는 ‘CJ올리브마켓’에는 새로운 식문화 체험이 있다.

지난 5월 서울 중구 쌍림동에 문을 연 CJ올리브마켓은 가정간편식(HMR) 자판기를 설치해 ‘햇반’, ‘햇반컵반’, ‘고메’ 등을 즉석에서 취식할 수 있도록 했다. 50여개 좌석과 제품을 데워먹을 수 있는 전자레인지, 조리 후 첨가해 먹을 수 있는 고명도 마련돼 있다. 테이블에는 증강현실(AR)이 적용된 매트가 깔려있어 이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제품의 브랜드 스토리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브랜드 모델인 배우 박보검을 디자인한 한정판 제품은 일본, 대만 등 해외 관광객까지 이곳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체험과 엔터테인먼트 요소 등이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 초기 자판기 이용객만 하루 200여명에 달했다. 기존 올리브마켓을 새단장한 여의도 IFC몰 내 2호점은 리뉴얼 오픈 후 매출(6월 13일~7월 17일)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 가량 늘었다.

전통적 유통채널 중 하나인 가전 양판점도 변신에 속도가 붙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신규 점포를 온ㆍ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결합한 ‘옴니스토어’로 선보이고 있다. 매장에 진열되지 않은 상품을 태블릿으로 검색해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여유로워진 매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각종 프리미엄 가전 체험은 물론, 독서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최근 인천 주안점을 방문한 직장인 한모(38ㆍ여)씨는 “보통 가전매장은 필요한 물건만 보고 바로 나와야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여기선 요리책도 보고 가상현실(VR) 게임도 해보고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실제로 옴니스토어 4개점(구리역점, 주안점, 수원롯데몰점, 성남정자점) 기준으로 방문객수는 기존 매장보다 25~30% 가량 늘었다. 고객들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도 약 10~15분 늘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일부 스포츠 브랜드는 체험형 강좌를 제공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은 평일 저녁과 주말 오전에 ‘커뮤니티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평일 저녁에는 주로 러닝 클래스를, 주말 오전에는 요가, 필라테스, 호신술 등 다양한 강좌를 선보인다. 참가비 없이 공식 블로그를 통해 신청받는데, 주말 강좌는 오픈 한시간 만에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

매장 관계자는 “클래스 중에 제품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도 수강하시는 분들이 매장에서 운동 용품을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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