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판매원 870만명…꿈의 수당 ‘1억이상’은 0.1%뿐


다단계 시장 매출액 5조…10년새 2배
등록 판매원, 1년만에 100만명 늘기도
등급따라 지급하는 후원수당 천차만별
年50만원도 못받는 판매원, 85% 달해
대형업체, 매출비율 70.5%…쏠림 여전

지난 2016년 개봉한 범죄오락영화 ‘마스터’는 다단계판매 사기를 소재로 7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수익을 지급해 사업을 확장하는 ‘폰지사기’와 정ㆍ관계 로비로 회사를 키운 뒤 해외로 도피해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영화의 줄거리는 단군이래 최대의 다단계 사기극을 벌인 조희팔 회장을 모티브로 했다.

흔히 네트워크 마케팅, 불법 피라미드 판매 등으로 인식되는 ‘다단계 판매’는 비단 이 영화 뿐 아니라 많은 미디어에서 그리 호의적으로 비춰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995년 정부의 방문판매법 개정으로 합법적인 영업방식으로 인정받은 다단계 판매는 미래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무점포 판매’의 롤모델로 주목받았다.

큰 자본이 필요없고, 높은 수준의 마케팅 스킬보다 인맥을 중심으로 한 영업방식과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업종의 특성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 관련 시장의 성장세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7년 다단계판매업체 주요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보공개 대상 다단계 판매 업체는 125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4년 공정위가 ‘다단계판매업자의정보공개에관한고시’를 처음 시행했을 당시인 102개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간 업체 수를 보면 2008년 62개에서 최근 2배 이상 업체 수가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폰지사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국내 관련 시장도 후폭풍을 맞았다가 최근들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단계판매 시장은 업체 수와 비교해 그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지난해 관련 시장 매출액은 5조33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10년 전인 2008년 시장 매출액 2조1956억원의 두배 이상으로 규모는 불었다.

판매원의 수 증가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말 기준 다단계업체에 등록된 전체 판매원 수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870만명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14년 689만명에서 1년만에 100만명 넘게 급증한 이후 매년 판매원 수가 늘고 있다.


판매원들이 버는 수익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골드ㆍ다이아 등 흔히 말하는 판매 상위등급이 있는 반면, 수익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 판매원도 있다. 물론 수익이 없는 판매원 중에는 자신이 제품을 싸게 사기위해 판매원으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어 단순비교를 하긴 힘들다.

지난해 다단계업체로부터 판매수당ㆍ알선 수수료 등의 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의 수는 157만명으로 전체 등록판매원 870만명의 18%에 달했다. 다단계업체들이 이들 판매원에게 지급한 후원수당은 총 1조6814억원으로 전년대비 1.3%(217억원) 감소했다.

후원수당 지급액은 등급에 따라 말 그대로 확연한 ‘피라미드’ 형태를 나타냈다.

이른바 꿈의 임금인 ‘수당 1억원’을 넘게 가져가는 판매원은 수당을 받는 157만명 중 0.1%에 해당하는 1892명에 불과했다. 반면 1년에 후원수당을 50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판매원은 전체의 85%인 157만명에 달했다.

상위 1%로 범위를 넓혀보면 1만5624명이 평균 5861만원의 후원수당은 받은 반면, 나머지 99%인 155만명은 연 평균 49만원의 수당을 지급받았다. 상위 1% 미만 판매원이 지급받은 평균 후원수당 5861만 원은 전년 대비 154만 원(2.7%)이 증가했고, 이하 99% 판매원이 지급받은 평균 후원수당 49만 원은 전년 대비 2만 원(4.3%)이 증가한 것이다.

업체별 매출액 역시 대형업체 쏠림이 두드러졌다. 매출액 규모 상위 10개 사업자의 총매출액은 3조5496억원으로 전년도 3조6245억 원에 비해 749억원(2.07%) 감소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시장매출액 비중은 전년보다 0.1%포인트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70.5%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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